일방통행의 면이기 때문에 빛이나 입자가 가로질러서 바깥쪽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지평면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블랙홀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했다는 등의 과학적 사실 등에 대한 지적 호기심보다는 이러한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사실 그 자체에 사람들은 관심이 크다.
요즈음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하나가 도마에 올랐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블랙홀’이라는 것이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조용히 그리고 강력하게 정계 인사와 관계 인사를 영입해서 그 입지를 넓혔다. 얼마 전 법조계 인사 영입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는데 최근에는 은행업에까지 그 발을 넓힐 모양이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스포츠는 전문성 여부를 떠나서 일반 대중이 그 관객이므로 각 팀의 성격이 쉽게 드러난다. 프로야구만 보더라도 특정 구단이 우수한 선수들을 모두 데려가는 바람에 오히려 재미없는 경기가 되어 버리고는 한다.
그런데 이러한 블랙홀같은 존재가 스스로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가늠하지 못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죄가 되느냐는 항변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듣는 사람에게 왜 그렇게 야속한지는 당해 본 사람만이 안다. 출세한 사람들이 한 판 벌인 창경궁 명정전 앞의 만찬행사는 그 편린에 지나지 않는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있는 자는 더 갖고 없는 사람은 더 바닥을 보이고 하는 세상의 현상이 일견 진리인 듯 싶다. 하지만 그러한 위세를 갖기까지 저들이 지나온 행적에 희생당한 이들이 없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음으로 양으로 십시일반(十匙一飯) 많은 이들이 오늘의 블랙홀 만들기를 거들지 않았던들 오늘의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소설에 권선징악(勸善懲惡)이 그 주된 내용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을 떨친 지 오래다. 그런 흐름이 드세서일까. 이제는 재력(財力)이 곧 권력인 세상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블랙홀 소릴 듣는 기업이 있다지만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비할 바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있다. 최근 초소형 로봇 헬리콥터 개발에 사용된 운영체제가 리눅스라고 한다. 비록 모든 면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자유정신’으로 버티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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