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권시장의 유혹에 한두 번쯤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잘만 되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고, 잘못되면 망할 것 같기도 해서 선뜻 마음을 정하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주변에서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대세 상승기에 주식 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게 되면 증시를 잊고 살다가도 은근히 회가 동하기 시작한다. 증시가 활황인 때는 투자종목을 대충 선택해도 주식 값이 올라 투자자 대부분이 돈을 벌기 때문에 주식을 하지 않으면 자기 혼자 손해를 보는 것 같아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하는 것이다.
소위 개미군단이라고 불리는 일반투자자 상당수가 이런 동기에서 주식시장에 뛰어 든다. 어떤 이는 증권 시장이 ‘자본주의의 꽃’ 이라는 믿음과 함께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려면 적어도 증권시장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주식시장을 찾는다. 허나 어디 증권시장이 말처럼 그렇게 자본의 과실을 쉽게 딸만큼 만만한 곳인가. 도박판도 그처럼 살벌한 도박판이 없는 것을.
지난 1980년대 후반, 온 나라에 증권광풍이 불어 된통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공기업의 이익을 고루 나눠주겠다며 국민주를 할당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공돈 맛을 본 국민 중 일부가 허파에 바람이 들어 소 팔고 집 팔고 전세 돈까지 빼내 몽땅 배팅했다가 알거지가 돼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속출했던 것이다. 수업료 치고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를 셈이다.
주가지수 네 자리 숫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객장을 떠났던 개미투자자들이 다시 모여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근래 들어 투자설명회가 부쩍 잦아지고 그 설명회장마다 개인투자자들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망각하는 속성이 있다더니 그렇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정을 못 다신 모양이다.
투자설명회에 아기 업은 아줌마가 나타나고 신문지상에 활짝 웃는 투자자 사진이 실리면 주가는 상투라는 말이 있다. 또 객장에 주식박사들이 창궐하고 펀드매니저 주위에 투자자들이 모여들 때도 주가는 이미 천정을 치고 있다고 한다. 각자 자기 신세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공돈에 들떠 부화뇌동 하다가는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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