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04:24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멧돼지의 탐욕

서울시내 번화가에 도심 풍경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멧돼지가 연거푸 출몰해 세상 사람들의 이색적인 구경거리가 된 적이 있다.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잘못 든 이 멧돼지 들은 생판 처음 보는 인간 세상의 복잡한 삶의 구조에 놀라 천방지축으로 날뛰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가하면, 하찮은 시설물 몇 곳에 작은 흠집을 내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알량한 힘에 도취돼 먹이가 있는 곳이면 아무데나 휘젓고 다닌 것이 제 명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사실 멧돼지는 생긴 모습 그대로 거칠고 저돌적이다. 저돌적이라는 말의 ‘저’자에 돼지저(?)자를 쓰는 것만 보아도 멧돼지가 돌격 스타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게다가 멧돼지는 후각과 촉각이 매우 발달하여 몇 km 밖 화약냄새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데다 동작 또한 민첩하여 시속 70km 속도로 내달릴 수도 있어 가히 위협적이다.

 

더구나 겉모습이 우직하게 생겼다고 해서 멧돼지가 미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생긴 것을 보면 멍청하기 짝이 없을 것 같지만 하는 짓을 보면 제법 영리한 구석이 있다. 용인의 에버랜드에서 ‘멧돼지 쇼’를 본 사람이나, TV를 통해 평택의 한 농부가 멧돼지를 길들여 쟁기질을 시키고 수레도 끌게 하는 장면을 본 사람은 멧돼지가 저런 재주까지 부릴 수 있을까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멧돼지 우습게 보아온 것이 얼마나 잘못된 고정관념인지 알게 됐을 것 이라는 말이다.

 

사람을 멧돼지에 비유해서 좀 거시기한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실제로 인간사회에서 멧돼지 4촌쯤 되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우직하고 미련한 것 같다가도 어느새 교활하다 할 만큼 영리한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먹이감이 있다 싶으면 물불 안가리고 달려드는 것이 멧돼지 하는 짓과 비슷하다.

 

그런 인간일수록 겉으로는 고도로 훈련된 인격으로 포장을 하고 있어 웬만큼 투시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는 쉽게 알아차릴 수가 없다. 더구나 대담하고 난폭하고 영리하기가 역모꾼 뺨칠 정도여서 당하는 순간까지는 알아차릴 수 없는데다, 일을 저질렀다하면 뒷끝이 참혹해 세상에 끼치는 해악이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탐욕이 지나쳐 날뛰는 인간은 언젠가 도심으로 뛰어든 멧돼지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