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사람만이 '순금을 발견한다'
아들에게 자신의 포도밭 어딘가에 금을 묻어 두었노라고 이야기하자 아들은 열심히 땅을 팠지만 금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땅에 뿌리를 덮고 있던 흙무더기를 헤쳐 놓아 풍성한 포도 수확을 이룰 수 있었다.
이것은 어렸을 때 읽었던 어느 동화의 한 대목이다. 물질의 풍요를 위해서든 불로장생을 위해서든 금과 은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의 많은 사람들은 인류에게 여러 가지 유용한 발명과 유익한 실험들을 가져다주었다.
◈ 연금술의 발전
아득한 옛날부터 땅속에 묻혀 있는 금이나 은은 그보다 천한 금속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점점 '성장'했다는 믿음이 있었다. 대개의 연금술사들은 수은이나 납과 같은 비금속을 금이나 은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집중하였다. 일부 연금술사는 불로장수의 약을 찾아내려고 애썼는데 이것은 마시기만 하면 모든 질병이 낫고 긴 수명이 보장된다는 만능의 약으로 통하였다. 실제에 있어 거의 모든 연금술사가 취한 방법은 비금속에 섞으면 금이 되는 어떤 특별한 물질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이 특별한 것은 '철학자의 돌' 또는 '현자의 돌'이라고 이름 지어졌고 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변성(變成)'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연금술이 과학적으로 발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금속 제련이나 도금의 기술을 발견하여 부와 명예를 함께 얻은 사람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연금술사의 사기행각에 재산을 날린 사람도 있었고, 신기루만을 쫓으며 남을 현혹하여 눈속임한 결과로 법의 심판대에 이르러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화학에 대한 지식이 눈부시게 발전한 20세기에 들어와서조차 비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원자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어 일종의 '변성'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896년 방사능이 발견된 뒤로 몇몇 원소의 원자는 자연의 과정에서 스스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원자의 본질과 성질을 신중히 연구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수많은 원소의 원자를 분할할 수 있게 되어 원소의 '변성'은 거의 식은 죽 먹기처럼 흔한 일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초기단계 연금술사의 목표였던 비금속을 실용적인 규모에서 금으로 변성시키는 일을 달성한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 소설 <연금술사> 이야기 연금술사>
한 양치기 소년이 자신의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우며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보물을 찾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 <연금술사> 가 우리 곁에 선을 보인 것은 벌써 4년 전 일이다. 연금술사>
용감하고 영혼의 눈이 밝았던 양치기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집시 여인, 늙은 왕, 도둑, 화학자,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기까지, 그의 극적이며 험난한 여정은 '철학자의 돌'을 얻기까지 끊임없이 계속된다.
세상의 만물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지만 의미를 가지지 않은 행동이나 사건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중요한 '표지'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여행의 여정을 통해서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고,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깊은 철학적 의문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성숙의 과정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의 주인공과 <연금술사> 의 주인공 이름이 ‘산티아고’로 동일하다. 더구나 도전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막에서의 고통을 겪는 것이나 바다에서 경험하는 공포나 우리가 접하는 삶의 일부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다만 <노인과 바다> 에서의 산티아고는 ‘노인’으로, <연금술사> 의 산티아고는 ‘소년’으로 창창한 미래를 지녔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꿈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정신은 젊음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연금술사> 노인과> 연금술사> 노인과>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그런 의미에서 연금술을 우리는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연금술이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어내는 신비로운 작업을 가리키는 걸까? 소설 <연금술사> 는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마침내 각자의 참된 운명, 즉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은 만물의 언어와 만나는 눈부신 순금의 시간들이었다. 그 점에서 산티아고가 도달한 연금술의 환희는 꿈을 잊지 않으려는 모든 사람들의 오아시스다. 연금술사>
연금술사는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라고 말하면서,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자신에게 처한 굴레에 파묻혀 새로운 만남을 거부하는 것은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도 순금을 얻을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각의 고통과 갈등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인간은 비로소 우주의 한 생명으로 서 있는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되고, 자신의 존재감을 온 가슴으로 충만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우주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사물의 존재는 서로 맞물려 조화와 합일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각기 다른 고유의 존재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타인이 지닌 존재의 이유를 바꾸려고 하거나 그것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다만 조화로 발전하며 변화해 갈 수 있어야만 한다.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인간 끼리만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서도 우주의 기를 받아들여 순환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들과의 합일을 통해 변화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금술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이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여기든, 반면교사로 삼든,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든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린 모두에게 서로 연금술사인 셈이다.
오늘날도 연금술은 통한다. 그것이 다만 신기루 같은 보물을 찾는 일이 아니라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의 생각만 아니라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로 창조적 의미를 이루어내는 일로 충분히 멋진 일이다. 최근에는 음악의 연금술사니, 언어의 연금술사니 하는 말들이 떠도는 것을 보면 ‘연금술’이라는 말이 ‘잘 다듬어 아름답게 꾸미는 재능’을 의미하는 정도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물질을 변화시키려던 노력이 정신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인격이 잘 다듬어지도록 영혼을 맑게 하는 연금술이 더욱 풍성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알아봅시다
-연금술 연구가 과학발달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보자
-소설 ‘노인과 바다’와 ‘연금술사’ 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보자
/방극남(전북일보 NIE 교사위원·금성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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