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어 햇과일이 풍성하다. 또한 각종 풀이나 나무의 씨앗도 풍성하게 영글고 있다. 이들 열매나 씨앗은 생명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식물들의 노력이다. 식물들은 열매나 씨앗이 맺히면 이를 널리 퍼트려 후손들이 더욱 많은 곳에서 번식하도록 진화해왔다.
억새, 플라타너스 등은 씨앗에 솜털이 달려 있어 바람에 멀리 날아가 싹을 틔운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사시나무나 버드나무의 열매는 깨알보다 훨씬 작고 겉을 둘러싼 솜 같은 털은 바람을 타고 몇 킬로미터까지 쉽게 날아간다. 아주 가볍고 날아가기 좋게 납작하게 생긴 자작나무 열매는 약한 바람에도 쉽게 하늘 높이 올라가 대륙 건너편까지 날아갈 수 있다.
소나무, 잣나무, 단풍나무, 물푸레나무의 씨에는 비행기 프로펠러 같은 날개가 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면서 멀리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단풍나무의 씨앗을 보면 씨앗의 양쪽으로 날개 같은 것이 튀어 나와 있어 빙빙 돌면서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감, 대추, 찔레나무, 머루 등은 새나 동물이 먹으면 똥으로 배설된다. 이들은 빨간색이나 군청색으로 잘 보여 새들이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사과, 배, 포도, 참외 등은 열매의 맛이 좋아서 맛있는 열매를 먹을 때 씨도 함께 먹혀서 퍼진다. 이 경우 과육은 소화가 되지만 씨를 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은 소화되지 않아 그 씨는 먹지 않고 버려서 또는 먹어도 배설되어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도꼬마리, 쇠무릎, 짚신나물, 도깨비바늘, 가막사리 등의 씨앗은 씨앗 끝에 바늘이나 갈고리가 있거나 끈끈한 물질이 있어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아주 잘 붙는다. 콩, 팥, 참깨, 제비꽃, 나팔꽃, 괭이밥, 냉이, 이질풀 등은 다 익으면 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지면서 터져 꼬투리 속에 씨가 튀어서 퍼진다.
왜 이렇게 씨앗들은 더 멀리 가려고 할까? 한 곳에 모두 떨어지면 같은 형제끼리 경쟁하게 되기 때문에 더 멀리 가서 경쟁이 없는 신천지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다. 요즈음 말하고 있는 소위 블루오션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들을 멀리 가지 못하도록 계속 과육을 키우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과일로 개발해왔다. 이들은 멀리 가지 않아도 인간이 보호하여 후손을 퍼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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