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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황우석과 특종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24일 난자 기증과 관련 “2명의 여성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황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에게 속죄하기 위해 줄기세포 소장직을 비롯 모든 겸직에서 사퇴하겠다”며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빚어진 ‘생명윤리 논란’으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가를 피력한 셈이다.

 

이번 파문은 지난해 5월 미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지와 황교수팀 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발단되었다. 영국의 ‘사이언스’지가 황교수팀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생산성공 논문을 보도한지 꼭 3개월 만의 일이다.

 

네이처의 시라노스키 기자는 실험에 쓰인 난자를 어디에서 확보했는지를 취재하면서 대학원생인 여성연구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여성연구원은 ‘어려운 연구에 내 난자부터 기증하는 것이 실험자로서의 자세’라며 자랑스럽게(?) 답변했다. 기자는 재차 확인했고 어디서 수술받았는지 묻자 문제의 미즈메디병원까지 스스럼없이 알려줬다. 이것이 네이처에 ‘난자구입 의혹’으로 대서 특필되었던 것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헬싱키선언에 따라 연구원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은 대가성이 개입될 수 있어 윤리적으로 금하고 있는 터였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이 연구원은 “영어가 서툴러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후 협력자였던 미즈 병원장이 불법난자매입을 시인하고, 특히 황교수와 ‘형제’라며 줄기세포 성공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미국 피츠버그대 새튼교수가 결별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세계과학계에 엄청난 파문을 던지고 있으나 시작은 인터뷰 몇마디에서 였다.

 

사실 황교수의 연구는 인류의 난치병 치료와 줄기세포 산업이라는 양측면에서 노벨상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생명윤리라는 지뢰밭을 건너야 하는 아슬아슬한 연구다. 그 과정에서 황교수는 언론의 특종경쟁에 ‘국민적 신화(神話)’로 승격되었고 이번에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것이다. 흔히 생명윤리는 스캔들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나 ‘진실’을 내세우지만 마찬가지다. 황교수는 언론의 속성인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을 너무 몰랐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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