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 접미사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직업이나 습관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난봉꾼, 개평꾼, 주정꾼, 협잡꾼, 거간꾼, 땅꾼 등이 그것이다. 위의 예에서 보듯, 직업을 나타낸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의 습관이나 장기, 그것도 나쁜 뜻으로 쓰인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직업을 나타내는 쪽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정치인이라면 전문성과 직업을 나타내지만, 정치꾼이라면 정치인의 협잡성을 부각한 욕말로 들릴 수 밖에 없다. 더우기 정치가 한자말이므로 꾼 대신 한자말 인이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어감으로 볼 때, 꾼은 좀 촌스러운 느낌을 주고, 인은 품위가 있는 듯 느껴진다. 혹시라도 우리말을 천시하고 외래어를 숭앙하는 잘못된 인식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자말인 우유나 서양말인 밀크는 별 거부감이 없지만, 우리말인 소젖은 왠지 이상하다. 누드, 나체, 알몸 역시 같은 뜻인데, 왠지 알몸은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컴퓨터 통신에 참여하는 사람'의 뜻을 가진 '네티즌(netizen)'의 우리말 대체어는 '누리꾼'이다. 이 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자시민, 통신족, 누리잡이 등등의 후보어를 놓고서 네티즌들의 투표로 탄생된 신조어이다.
즉, 누리꾼은 네티즌을 토박이말로 만든 새말이다. `세상, 세계`를 뜻하는 `누리`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꾼`을 보탠 말이다. 근래에, 누리꾼 등으로 순수한 우리말을 되살려 쓰고자 하는 경향이 결집되고, 그리하여 꾼이라는 말이 새롭고 신선한 어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설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쩐지 속되고 천한 느낌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컴퓨터통신 왕국을 자부하면서 네티즌이라는 외래어를 그대로 쓰기에도 좀 그렇다. 오랜 세월 깃들어진 우리들의 언어 정서가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기에, 누리꾼이라는 말에 대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최근 노대통령이 누리꾼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 혹시라도 언어에 의한 인식 비하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된다. 사실 국민들의 언어정서가 아직 그렇게 앞서가고 있지 않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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