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07:36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불성실한 교수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얼마전 서울대 교수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구와 강의에 불성실한 일부 교수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정 총장이 제시한 ‘불성실한 교수’의 유형은 세가지다. △1주일 중 하루에 수업을 몰아 넣고 나머지는 집에서 머물며 △주중에 골프를 치고 △대외활동에 치중하거나 지나치게 해외여행이 잦은 경우를 꼽았다. 평소 정부가 대학에 관여하는 것을 비판해 왔던 정 총장이었기에 이같은 자아(自我)비판은 신선하게 들렸다. 이러한 쓴소리가 서울대 교수들에게만 국한된 것일까. 혹 지방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방대 교수들은 지금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지방국립대와 사립대, 전문대 등 입장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부분 3중고를 겪고 있다. 신입생 모집난과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 그리고 부족한 재원이 그것이다. 나아가 뽑아 놓아도 편입시즌만 되면 또 한바탕 연쇄이동으로 홍역을 치러야 한다.

 

특히 요즘같은 입시철이 가장 고달프다. 도내의 경우 고교졸업생수가 대학정원의 65%밖에 되지않아 학생 모시기에 모든 교수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고등학교를 찾아가 입시설명회를 갖는 것은 기본이고 캠퍼스 투어며 수시합격자 해외연수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일부 대학은 교수당 신입생수를 할당하기도 하고, 홍보차 나간 고교에서 학생유치에 따른 뒷거래를 은연중 비칠때는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이러고도 학생수가 채워지지 않으면 폐과로 몰려, 전공이 다른 학과로 옮기거나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 내년부터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을 공개하는 ‘대학정원 공시제’를 도입함에 따라 더 죽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는 뒷전이고 강의 또한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대와 똑같은 행태를 보이는 지방교수들도 없지 않다. 특히 서울에 가족을 두고 있는 경우가 그러하다. 일주일에 2-3일 내려와 강의시간만 때우고 서울로 올라가 버린다. 방학때는 연구실에 먼지만 쌓인다. 지방에 정(情)도 없고 여차하면 뜰 차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강의에 충실할 리 없고, 학생지도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지방대에서 불성실한 교수는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경우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