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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연탄 예찬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중략).../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안도현 님의 '연탄 한장' 이라는 시는 평소 하찮은 땔감 정도로 생각해서 아무렇게나 취급해왔던 연탄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제 몸을 태워 방안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 밥 짓고 찌게 끊여 허기진 배를 채워주게 하는 연탄, 다 타고난 다음에는 눈 내린 비탈길에 뿌려져 사람들이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만들어 주는 연탄, 그 끝없는 희생에 우리는 문득 숙연한 마음이 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오늘날까지 줄곧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연탄은 60~8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었다. 연료혁명에다 주거환경까지 획기적으로 개선된 요즘이사 연탄가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살지만, 당시에는 중산층 이하 태반의 가정이 연탄없이 겨울을 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 시절 가장들의 푸념이 김장김치 한 독에 쌀 한가마니, 그리고 연탄 백장만 있으면 나랏님도 안부럽다고 했던 것을 보면 연탄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대단했나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경기가 장기복합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기름값과 가스값이 치솟으면서 연탄을 찾는 서민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연료값이 부담스러운 가정에서는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교체하고, 사무실 난방도 기름이나 전기에서 연탄으로 바꾸는 경우가 크게 늘고있다는 것이다. 서민살기가 더 고달퍼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기는 하나, 모처럼 연탄이 뜬다고 하니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꼭 싫지만은 않다.

 

여기서 다시 안도현 님의 시 한편을 더 빌린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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