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릴랜드주 연방법원은 지난 5월 지리적 표시제와 관련,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조미료 미원으로 유명한 ‘대상’이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리브라더스(Rhee Bros.)와 ‘순창고추장’을 둘러싸고 벌인 법정다툼에서 대상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판결로 국내 대표적 신토불이 브랜드인 순창고추장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소송은 지난 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통업체인 리브라더스는 당시 자신들이 판매하는 고추장에 ‘순창(pure spear) 고추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미국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했다. 하지만 이 고추장은 한국산이 아닌 중국 등 타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순창’이라는 브랜드만 믿고 중국산 짝퉁 고추장을 사 먹었던 것.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진짜 순창고추장이 2000년부터 판매 급증세를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리브라더스는 2001년 이를 판매하는 서울식품 등 2개 유통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업체는 리브라더스의 요구에 합의,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상측이 리브라더스에 대항해 2003년 상표무효 소송을 냈다. 소송비용으로 20억원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미국법원는 “순창은 이조시대부터 왕에게 진상하는 질 좋은 고추장을 생산하던, 고추장으로 유명한 마을이름이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순창이라는 말을 들으면 ‘순수한 창’이라는 의미로 이해하지 않고 전라도 순창을 연상하게 된다”며 “리브라더스의 상표등록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은 상품 표기시 지리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 준다.
지리적 표시제는 농수산물및 가공품의 명칭·품질 등이 특정지역의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지명과 농수산물을 연계·등록해 보호하는 제도. 95년 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 이후 국제적으로 지리적 표시 보호 움직임이 일면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EU에는 현재 치즈, 과일및 채소, 육류및 육가공, 광천수 등 700여 가지가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는 99년부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맡아 시행하고 있다. 12월 현재 1호인 보성녹차를 비롯 하동녹차, 고창 복분자, 서산 마늘, 영양 고춧가루, 의성 마늘, 괴산 고추, 순창 전통고추장, 괴산 고춧가루, 성주 참외 등 10가지가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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