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지난 해 7월 임수경씨의 아들이 필리핀에서 죽었다. 이런 사고 소식이 인터넷 뉴스로 뜨자 애도의 글과 함께 비난의 글이 댓글로 달렸다. 방북 경력이 있는 임수경씨 아들이 필리핀 어학연수를 갔다는 사실이 비난의 구실이 된 듯하다.
인터넷 글쓰기에서 ‘악풀’이라 불리는 댓글들이 있다. 글의 내용이 상당히 악의적인 댓글(리플)을 지칭한다. 그런데 이런 댓글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그래서 이런 댓글을 일부 언론에서는 ‘말폭탄’이라는 새로운 합성어를 만들어 그 위력을 표현하고 있다.
이야기 둘. 고창 선운사는 우리 고장이 자랑하는 명소 중 하나다. 그리고 암벽이 좋기로 소문난 장소여서 많은 산악인들이 이 곳을 찾는다. 아슬아슬하게 암벽에 매달려 있는 산악인을 보던 한 행인이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런 거 하지 마라. 떨어지면 죽는다.’ 문제는 그 말을 그 산악인이 들리는 자리에서 했다는 데 있다.
우리는 말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듣게 되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을 때가 많다. 사실을 말한 것이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이들의 주장이 옳긴 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민족은 모순적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동방예의지국이란 소리를 듣고 사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도구이다. 언어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경우보다 의미전달의 도구일 때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언어를 통해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황에 적절한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봤을 때는 사실 그대로일지 몰라도 그 말을 듣는 이에게는 마음 속을 후비는 비수가 되기도 한다.
다시 임수경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악성 댓글을 달았다는 사람들이 교수, 은행원, 대기업 직원, 공무원 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걸 가지고 왜 서울까지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라고 거부한 대학교수가 있어서 또 한 차례 화제가 되었다.
남의 중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이 두 표현은 모순되는 듯 하지만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가슴에 묻어야만 할 일이 내 고뿔만도 못하게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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