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01:12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졸업식 풍속도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졸업식이 꽤 숙연했다. 특히 행사가 끝날 쯤에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땐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 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재학생이 부르는 1절이 끝나고 졸업생이 2절을 부를 때가 절정을 이루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나라의 새일꾼이 되겠습니다”

 

3절로 된 이 ‘졸업식 노래’는 1946년에 나온 것이다. 해방을 맞고도 졸업식에서 부를 우리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교육당국이 급하게 간청해 윤석중이 노랫말을 쓰고 정순철이 작곡한 것이다. 윤석중은 동요 작가로 유명한 분이고 정순철은 동학의 2세 교주 최시형의 외손자다.

 

이 노래와 더불어 졸업식에서는 ‘작별’이란 노래도 불리웠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요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2절로 된 이 노래는 원래 스코틀랜드 민요다. 이를 아동문학가 강소천이 역사(譯詞)한 것이다.

 

이들 노래에는 초중고 3년 또는 6년을 같이하며 웃고 울었던 애환이 묻어있고 스승과 친구들과의 숱한 얘기가 배어있다. 졸업식이 끝나고 중국집에서 먹던 짜장면과 탕수욕의 맛도 기가 막혔다.

 

그런데 요즘 졸업식 풍속도는 많이 달라졌다. 행사가 끝나자 마자 밖으로 쏟아져 나와 밀가루와 계란을 던지고 교복을 찢기도 한다. 그렇게 숙연하지도 않고 이벤트성이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졸업생 몇명만이 우수상을 받는 게 아니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으로 바뀌었다. 브레이크 댄스팀과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형도 있고 모든 학생이 상을 받거나 학교 생활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20년 또는 30년 후 자신에게 쓴 편지를 모아 타임캡슐에 넣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에 반해 대학졸업식은 취업난을 반영하듯 썰렁해졌다.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거나 아예 도서관에 쳐박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어쨌든 졸업은 각기 다른 사연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모든 시작하는 이의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