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샐러리맨들에게 있어 양복정장 차림은 말쑥한 옷차림의 기본으로 간주된다.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춘것으로 인식된다.영업사원들이 넥타이를 매지않고 소비자의 가정을 방문해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믿음도 이러한 통념에서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인식은 공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과거 권위주의 시절 새마을운동 복식의 획일적 복장 착용을 강요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공무원들의 복장은 거의 정장차림이다.깔끔한 옷차림으로 주민을 대하려는 차원으로 좋게 해석할 수 있다.하지만 이같은 정장차림은 대민봉사 차원보다는 공직사회의 권위와 폐쇄성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게 사실이다.개화기 이전 왕실이나 관료등 지배계층은 일반 백성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까다롭고 화려한 관복을 입었다.개화기를 맞아 문관들에게 의례복으로 일본식 양복을 입으라고 명한 고종의 1900년 칙령은 양복정장 권력화의 시초였다.양복정장을 주류사회의 제복으로 만든 셈이다.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공무원들의 양복정장 차림을 권위라는 나쁜 인상으로 작용케하는 배경일성 싶다.
양복정장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는 기본이 넥타이다.지난 2003년 유시민의원이 재보선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후 캐주얼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 했을때 ‘어떻게 넥타이도 매지 않고…’ 라는 동료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에 대한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주시가 최근 공무원들의 행정독려를 위해 직급과 나이를 막론하고 정장차림으로 서류를 가져오면 결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시민들을 위한 현장·민의행정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점퍼나 운동화 차림으로 현장근무에 나서라는 독려인 것이다.
이같은 방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기강을 확립하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풀이된다.공무원들이 권위를 벗어던지고 시민들에 다가가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일과성 전시성에 그쳐서는 곤란하다.선거가 끝난뒤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옷차림이 중요한게 아니다.공무원은 진정 ‘주민들을 위한 봉사자’라는 공복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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