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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버마의 독재

오래 전 신문만화에서 본 내용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엘 갔다. 아버지는 장난꾸러기 아들에게 의사 선생님께 절대로 장난을 쳐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진찰실에 들여 보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의사 선생은 얼굴에 물총 세례를 받고 말았다. 아들의 답변이 걸작이다. 의사 선생님이 먼저 장난을 걸었다는 것이다. 연유인 즉 의사 선생은 관절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아이의 무릎을 진료용 망치로 몇 차례 두들겼고 이런 의사 선생의 행동을 아이는 장난을 거는 행동으로 잘못 생각하고 장난에는 장난으로 응수하여 의사 선생에게 물총세례를 퍼 부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만화 속 이야기는 현실에 대한 페러디일 수 있다. 아니 페러디라기 보다 보편적 현실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라크 전장으로 이런 만화의 메시지를 옮겨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 해 11월,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 하디사 마을에서 험비차량을 타고 가던 중 미군 중 한 명이 폭탄 폭발로 사망하였다. 이 사건 직후 미 해벙대원들은 인접 민가 세 채를 차례로 돌며 17명을 살해하고 부근에 있던 택시에 사격을 가해서 타고 있는 대학생 4명과 택시기사를 살해하였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 6명과 여러 명의 여성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전쟁 중에 민간인이 희생되는 일은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 학살은 저항의 의지도 힘도 없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그 대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동료 병사의 죽음으로 흥분한 병사들이 인근 가옥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민간인들을 죽이는 일은 분명 학살이다. 이러한 병사들의 의식 밑바닥에는 생명의 존귀함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에게도 이런 학살의 상흔은 남아 있다. 유족들에게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진행 중인 이웃 나라 이야기가 있다. 오늘은 버마 대빼옝 지역에서 미얀마 독재 정부가 버마 민주화를 원하는 국민들 250여 명을 학살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독재에 항거하는 이들은 독재정권이 지은 ‘미얀마’라는 국가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그 이전의 ‘버마’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일을 지금 겪고 있는 버마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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