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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흑판과 칠판

우리말에는 일제(日製) 한자어가 많이 있는데 ‘흑판’과 ‘백묵’도 여기에 속하는 단어이다.

 

‘흑판’은 물론 ‘검을 흑(黑)’, ‘널 판(板)’으로 ‘검정 칠을 하여 분필로 글씨를 쓰게 된 널 조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이 ‘흑판’외에 ‘칠판’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옻 칠(漆)’, ‘널 판(板)’자를 쓰는 ‘칠판’이다. 그런데 이 ‘칠’은 ‘옻칠’은 물론이요, ‘검정색’을 의미하며 나아가 이것이 일반적으로 ‘도료를 쓰는 물건’ 전반을 가리키기도 한다. ‘칠’이 물감이란 말에 통용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하여 ‘칠한다’는 말은 ‘옻칠’ 곧 ‘검정색’을 바르는 것만이 아니고, 청·홍·흑·백·황 그 어느 색이나 도료를 바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검은’ 칠판만이 아니요, ‘초록’칠판도 많고 보면 일제(日製) 한자어 ‘흑판’ 보다는 ‘칠을 한 판’이란 뜻의 ‘칠판’이 훨씬 바람직한 말이라 하겠다.

 

그리고 ‘백묵’의 경우도, 본래 우리가 지니고 있던 ‘분필’이란 말이 훨씬 바람직한 말이라 하겠다. ‘백묵’이란 ‘흰 백(白)’, ‘먹 묵(墨)’자를 쓰는 것으로 ‘흰 먹’이라는 말이니 의미 구조로 보아 우선 모순이 되는 말이다. 거기다가 ‘붉은 백묵’, 또는 ‘파랑 백묵’쯤 되면 그 말은 단어 아닌 수수께끼와 같은 말이 된다. ‘붉은 흰 먹’, 또는 ‘파란 흰 먹’이 되기 때문이다.

 

‘분필’이란 이에 비해 과학적인 어구조(語構造)를 지닌 말이다. ‘가루 분(粉)’ ‘붓 필(筆)’, 즉 가루로 만든 붓이란 말이기 때문이다. 쇠로 만든 ‘철필(鐵筆)’ ‘뼈로 만든 골필(骨筆)’, 털로 만든 ‘모필(毛筆)’, 흑연으로 만든 ‘연필(鉛筆)’과 짝을 이루어 더 어울리지 않은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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