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순(전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21세기는 영어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영어교육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의 하나가 되어 학생, 학부모할 것 없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영어에 올인(all-in)하고 있다. 이러한 영어에 대한 욕구는 조기 유학, 해외 연수, 고액 과외 등 심각한 사교육 문제를 유발하였고 안산영어마을을 시작으로 전국에 영어마을 열풍이 불게 되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영어마을 조성과 관련된 공약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게 되어 향후 당분간은 영어마을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을 추세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2010년까지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 원어민을 1명씩 배치하겠으며, 소위 부산, 인천, 제주 등의 경제자유특구에서는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원어민교사들은 열악한 지방보다는 근무여건이 좋은 수도권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서는 능력이 있는 우수한 원어민은 고사하고 자격있는 원어민조차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영어교육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영어캠프나 영어마을이 영어교육의 최상인 양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교수업을 보완해주는 역할일 뿐 제일 중요한건 학교에서 날마다 배우는 영어수업이다. 그 수업이 우리 영어선생님과 원어민이 함께 팀티칭(team- teaching 공동수업)형태로 이루어진다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과 원어민과의 팀티칭을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로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교사의 비율은 10%미만이며, 올해 우리교육청에는 26명의 원어민교사가 있어, 도내 학교 중 주 1시간 이상 원어민을 접할 수 있는 학교는 불과 14.5%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도교육청은 지난 4월 호주 모나쉬 대학교 TESOL(Teaching of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과정 학생들이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3주 동안 교육실습을 도내에서 실시하자는 협약을 맺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실시하는 외국대학생 교육실습은 최종적으로 12명이 확정되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원어민교생을 접할 수 있도록 지도교사와 학교를 선정하였고, 농촌 소규모 학교는 인근 2~3개 학교를 연계하여 배정하였다. 또 지도교사를 대상으로 팀티칭 사례 발표회와 홈스테이에 관한 연수를 실시하고, 호주 교생을 활용하여 정규수업시간 뿐 아니라 점심, 아침, 방과 후에 ‘English Cafe’를, 주말에는 ‘English Camp’를 열였으며, 12개 전 학교에서 시범수업을 릴레이식으로 공개하였다.
우리 영어교사와 호주교생의 팀티칭으로 이루어진 이번 시범수업은 인근 영어교사가 20~30명씩 참관하여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호주대학생들은 기존의 원어민 강사와는 다른 수준 높은 영어교수법을 선보였으며 특히 우리 영어교사들은 시범수업 준비과정에서 같이 지도안을 작성하고 학습 자료를 제작하는 지도역량을 과시함으로써 전라북도영어교육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였다. 또한 호주교생들은 판소리와 사물놀이, 연등 만들기와 탑돌이, 장승깎기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맛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번 호주대학생 교육실습은 우리 영어교사의 수업역량을 키우고, 학생들은 수준 높은 원어민을 접하였으며, 호주 교생들은 한국문화를 체험하여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윈원(win-win)사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하던 학생들과 호주교생들, 힘들었던 홈스테이와 시범수업 등을 거치면서도 자신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어느 영어교사의 글을 보면서 현장의 교사와 학생, 교육청이 한 박자가 되어 함께 움직였을 때 아무리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지난 3주 동안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새 역사를 썼던 것이다.
/김효순(전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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