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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세 가지 재앙 - 도영스님

도영스님(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송광사 주지)

몇 날을 두고 지겹도록 비가 내리고 있다.

 

사람이 죽고, 실종을 당하는가 하면 수많은 이재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역사 이래 우리들은 언제나 재앙으로부터 자유롭지가 않다. 그 중에서도 무서운 것이 세 가지 재앙이니 수재, 화재, 풍재가 가장 무서운 재앙이다. 물과 불과 바람의 재앙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재앙이 홍수와 태풍인데 아직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아무리 예방책을 세워도 재앙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피해만 조금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수재를 입는 지역은 연례행사처럼 거듭 거듭 재앙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우리가 무시해 버리는 풍수지리라고 하는 것이 알고 보면 수재, 화재, 풍재 등 삼재를 소멸하기 위한 비책 중에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건설 분야 관료 중에는 이런 비책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인지 죄 없는 주민들만 거듭 거듭 재앙에 울어야만 하니 말이다. 하다못해 학교 교과 내용 중에 삼재소멸의 비책을 일러주는 과목이라도 있었으면 하겠다. 옛 어른들은 묘 자리를 잡더라도 물과 불과 바람의 재앙은 피할만한 곳에 반드시 자리를 잡아 안장을 하였던 것이다.

 

바람길, 물길을 피하고 불길이 닿지 않는 곳에다 영면의 유택을 마련해 드렸던 것이다.

 

심지어 돌아가신 분의 유택(음택)도 그러려니와 일상의 삶의 터전인 주택(양택)의 경우는 말을 더하면 무엇 하겠는가! 바람을 맞이해도 겨울에는 동남풍을 맞이할 수 있는 곳, 여름에는 북서풍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온화할 것 아니겠는가. 나는 모든 재앙의 책임을 지금부터는 위정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토 개발을 입안하거나 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 책임 질 준비까지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산간지방의 경우에는 홍수와 태풍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산불은 더 무섭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들이 분명 산림녹화는 단 시일에 된 것만은 사실이지만 산만 푸를 뿐이지 그 내면을 살펴보면 출퇴근 길 교통지옥의 형상을 방불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성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잡목만 산 중에 가득하니 누가 산주라 할지라도 벌목도 한번 하지를 안고 있지 않은가!

 

지난번 여산 송씨 문중의 산에 산불이 났을 때 백운사며 문수사, 백련암 등 절 들에 사시는 스님들과 신도님들이 애간장이 탓던 일들을 생각해보자.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들은 막연히 자연의 재앙이려니 생각하고 체념해 버리는 것이 일쑤이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재앙에 대하여 민감하게 대응하였으면 한다. 가족을 잃어버리고, 혹은 집을 수마에게 빼앗겨 버리고 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도록 가장 밑바닥부터 재앙의 원인을 파악해서 국가적 재앙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아낌없이 국가예산을 투입하여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 여름 숨이 막히는 도시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들의 숨통을 꽉 막히게 하고 있는 공동주택을 허가해준 사람들을 어찌해야 할지 걱정이 된다. 작은 일 하나라도 지혜롭게 처리하는 합리적이고 논리 정연한 민초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 이다.

 

/도영스님(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송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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