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된 이미지 '아파트 거품' 한몫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코끼리는 생각 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 2004)'라는 책에서 ’왜 평범한 서민의 유권자가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석을 하고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보수정당이 진보정당보다 사람들의 ’생각하는 틀(프레임(frame))’을 더 잘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프레임’은 언어 인지학적으로 볼 때 이미 만들어져서 인식된 하나의 언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프레임의 힘과 영향력을 잘 구사하여 활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서민들은 보수정당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온 나라가 아파트라는 주거 건축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주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관하여 고해성사처럼 실토를 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부동산 정책은 바로 아파트 공급, 분양 정책인 것이다. 국민 모두가 하나 같이 아파트라는 주거형태 만을 선호하고 매달리니, 부동산 정책은 아파트 정책이 되었다. 아파트 사업은 아파트 건설업체와 분양업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 십, 수백 채를 사재기한 사람들이 하는 꼴이 되었다. 정부는 신축 아파트를 사재기용으로 공급하고 이를 제재하기위해 뒤 쫒아 가고 있다.
모든 국민이 이렇게 아파트 콤플렉스를 갖게 되기까지는 아파트에 관련된 많은 상황과 변수 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던져진 수 많은 언어적 호도(好道)와 횡포 그리고 그에 따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잘못된 프레임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건축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나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아파트의 가격과 분양률을 결정하는 요소는 설계와 시공이 아니라, 아파트 광고 모델이라는 것이다. 모든 상품의 광고가 그렇듯, 환상과 착각을 통한 과장과 시각적 언어의 호도라는 속성을 아파트 광고에도 사용하는 것이다. 선녀와 같은 이미지의 여성모델이 실내층고가 일반 아파트의 2배는 더 높아 보이는 아파트 거실에서 정글과 같은 외부 정원과 내부를 넘나들고 있다. 이곳에서 아파트는 더 이상의 집합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의 프레임으로 펼쳐진다.
유럽의 중산층들의 꿈은 빌라에 사는 것이라는 TV 광고 카피에 이탈리아의 고풍스럽고 규모가 큰 단독주택의 장면이 깔린다. 본 장면은 실제 아파트가 아닌 이미지 커트라는 무책임한 문구와 함께. 비현실적인 시각적 프레임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계속 우리에게 주입되고 있는 현실은 서글프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아파트에 관한 너무 많은 허황된 프레임을 우리 자신들에게 주입해 놓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러한 생각의 틀인 프레임을 바꾸는 작업이 종국에는 아파트 가격,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돌려놓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건축가·전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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