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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릿고개와 북한 어린이들 - 나경균

나경균(법학박사. 원광대 초빙교수)

요즘 아이들에게 보릿고개가 뭐냐고 물어보면 보통 보리가 많은 언덕이나, 산 또는 보리동산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고학년일수록 학교에서 배운 기억을 되살려 아주 옛날 가난했던 시절 정도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때 배가 고프면 라면이나 햄버거를 사먹지 왜 굶었냐고 오히려 어른들에게 반문한다.

 

하지만 1950 ∼ 60년대를 살았던 연세 지긋한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진저리나듯 손사래를 친다 그만큼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일 것이다.

 

보릿고개는 지난해 추수한 곡식을 거의 다 소비하는 이듬해 봄부터 보리를 수확하기 시작하는 6월말 정도까지 약 한 두달 정도의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먹을 것이 없어 죽도록 고생하던 시기를 의미했다.

 

웰빙 음식으로 인기 있는 무우 밥, 고구마 밥 등도 그 시절에는 부족한 식량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준 고마운 대체식품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다. 먹는 것이 해결된 것은 오래된 이야기고 이제는 소아비만과 성인병을 걱정하고 다이어트에 목숨 걸고 굶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약 420만 톤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15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 돈은 연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인 14조 5천억과 비슷하며, 식량 수입액인 9조 5000억의 1.5배가 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즉 매년 1인당 31만 4천원 정도 그리고 가구당(3.6명) 113만3천원 정도가 음식물로 줄기차게 버려진다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먹을 것이 없어 영양실조에 굶어 죽어 나가는 한쪽이 있다. 다름 아닌 북한이다.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상태는 최악이다. 2004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7세 미만 어린이 80여만명이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다. 그 상태가 아프가니스탄 등 최빈국 아이들보다 결코 낫지 않다고 구호활돌 관계자들은 말한다.

 

영. 유아들이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훗날 질병면역력 저하뿐만 아니라 인지. 학습능력 그리고 성장마저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최근 탈북 어린이를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한 바에 따르면 10세 기준으로 남자 아이의 경우는 6.6㎝. 여자 아이는 4.4㎝가 남한 어린이보다 더 작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10㎝ 이상 더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이대로 가다간 남북간의 체형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민족의 핏줄로 태어나 반세기동안 등 돌린 채로 우여곡절로 점철된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통일을 이야기하고 또한 굶주려 만성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북한 어린이들을 감싸주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을 하면서 까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태를 보면 괘씸하다. 그리고 햇볕정책 아래 수없이 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하지도 않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대북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 식량과 각종 물자가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퍼주기식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민간과 정부를 연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원물자가 정확히 북한주민에게 전달되는지 그리고 남측 지원 사실이 명시되어 있는지를 꼼꼼히 따지고 이를 모니터링 하는 작업까지 해야 한다.

 

특히 만성영양실조에 노출된 북한 영.유아 대상으로는 보건 위생 등 의료지원과 더불어 분유. 이유식. 영양제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3월이면 북한은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춘궁기라고 한다. 정상 배급기준으로 약 90만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올해는 배고픈 북한 어린이들 관련 나쁜 소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경균(법학박사. 원광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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