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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사람] 군산 해망동 수협공판장 새벽 경매현장

"달린 식구가 몇인디...인건비나 건질랑가..."

군산시 해망동 수협공판장에서 경매사가 생선들을 놓고 가격 경쟁을 붙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자신이 제시한 가격을 남이 보지 못하도록 손가락을 가리고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중도매인들...안봉주기자 (desk@jjan.kr)

새벽 3시.

 

군산시 수협 해망동 공판장은 환하게 불을 밝혔다.

 

며칠 후면 경칩이라지만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새벽바람은 코끝을 얼게 하기에 충분하다.

 

공판장 바로 옆 바다에 정박해둔 배에서 트레일러를 이용해 물건들(어패류)을 뭍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군산 인근 고군산열도와 서해에서 길게는 1개월, 짧게는 1주일여 작업해서 잡은 것들이다.

 

선주들과 뱃일 하는 사람들, 짐 싣는 일꾼들이 수십년간 호흡을 맞춰온 듯 숙달된 솜씨로 조용하게 2시간 후 시작될 경매를 위해 공판장으로 물건을 옮기고 있다. 이른바 하역작업이 끝나가고 있다.

 

 

새벽 4시.

 

긴 장화에 두툼한 겨울옷, 고무장갑, 마스크, 어깨에서부터 걸쳐진 긴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 부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공판장 안이 시끄러워진다.

 

마치 단체복을 입은 듯한 60대에 가까운 아주머니들은 생선과 패류 등을 손질해서 크기별로, 종류별로 나눠 나무상자에 가지런히 담아놓는다. 한 상자를 정리하는 데 단 몇초. 갈구리 하나만으로 너끈하게 일을 해낸다. 손놀림이 잽싸다. 이들 상자들은 배가 들어온 순서대로 경매대 앞에 자리한다. 아주머니들도 선주와 계약된 배에 달린 식구들.

 

군산수협 해망동 공판장은 경매 품종을 크게 키조개와 잡어로 분류할 정도로, 요즘 키조개가 대세다. 그러기에 가격이 영 별로다. 그래도 이날 수협에 위탁한 물량은 2월 들어 어느 날보다 많은 편이다. 키조개 900망, 광어 홍어 간재미 우럭 소라 꽃게 밤게 대하 등 잡어 200망 정도. 물건이 없어서 위판이 없었던 날도 여러번 있었으니 형편이 낫다. 찾는 사람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주꾸미는 이날도 10상자가 되지 않는다.

 

 

새벽 5시.

 

경매가 시작됐다. 해망동의 베테랑급 경매사 김창수씨(47)가 목을 틔웠다.

 

“기여기여어... 8000원... 마리당 350원, 낙지 좋다... 낙지”

 

“삐뚜리 35㎏... 대하 한상자 100마리...”

 

밀고 당기고 흥정을 붙이고 분위기를 살린다. ‘에이’를 한번 더뽑을 때마다 가격이 오른다.

 

계단식 대형 경매대에 20여명의 중도매인들이 섰다. 손가락을 흔든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이 들키지 않도록 하는데 입고 있는 조끼는 좋은 가리개다. 조끼를 벌려 그 안에서 손가락을 편다. 키조개를 서로 싸게 사려고 손을 내밀지 않자 경매사는 숫제 협박이고 이에 중도매인도 맞선다.

 

“한망에 만원. 살거든 말거든 손을 내밀어야 할 것 아니여.”

 

“중매인이 원하는대로 해주면 될 것 아니여.”

 

10개 라인을 옮겨가면서 2시간 걸려 경매는 끝났다. 주꾸미 한상자에 14만원까지 나왔지만 다른 물건들의 경매가, 특히 키조개 가격에 선박 식구들은 불만이 많다. 길원 공판장장(51)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설 쇠고 나서부터 나가서 잡은 것인디. 한 배에 달린 가족 빼고도 식구가 5명인디. 여자들은 새벽부터 나와서 고생, 남자들은 배에서 잡느라고 고생인디, 재미도 없고 짜증만 나요.” 키조개 1망 40마리에 1만1500원의 가격을 받은 한 선주 부인은 수협 수수료(4.5%) 2000원 떼고나면 1망에 9500원꼴 떨어지는데 기름값에 인건비도 못 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에서 어민들이 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져야 합니다. 자원이 고갈됐고, 뱃일 하는 사람들이 30대는 아예 없고 40대도 0.5%정도 밖에 안돼서, 이대로 가다간 배 인력이 없어서도 일 못합니다.”

 

60대의 한 운반선 선주는 군산은 똑딱선의 낭만도 없고 불꺼진 항구다고 씁스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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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숙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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