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3 12:51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교육 chevron_right 교육일반
일반기사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승강이와 실랑이

교통방송을 듣다 보면 "지금 ○○에서는 승용차끼리 접촉사고가 나 두 차의 운전자들이 길거리에서 실랑이(또는 승강이)를 벌이고 있어 정체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이럴 때는 '승강이'와 '실랑이' 중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 같은 뜻으로 쓰이는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이 두 말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여 옥신각신하는 일'이 '승강(昇降)이' 또는 '승강이 질'이고, '이러니 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공연히 남을 못살게 구는 짓'을 '실랑이' 또는 '실랑이 질'이라 한다. 따라서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두 운전자의 짓거리는 '승강이 질'이지 '실랑이 질'은 아니다.

 

그들의 짓은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짓'이지 결코 '공연히 남을 못살게 구는 짓'은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 시골 혼례식을 치르는 잔칫집에서는 식이 끝나면 으레 동네 아주머니들이 신랑 신부를 붙들고 '한번 안아 보라'느니 '입을 맞춰 보라'느니 하며 짓궂게 굴었다. 그들은 그 짓을 '실랑이 질 좀 시켜 보았다.'고 했다.

 

요즘도 혼인날을 앞둔 신랑은 신부집에 함을 가지고 간다. 이때 신랑 친구들은 '함을 팔러 왔다'면서 신부집 대문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떼를? 쓰는 풍습이 있다. 신부 측으로부터 이른바 '함값'을 받아내기 위한 짓이다.

 

적당하다 싶은 때가 되었는데도 들어가지 않고 계속 소란을 피우면, 이를 보다 못한 이웃집 할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이제 실랑이질 그만 하고 들어들 가구랴!" 이럴 때가 '실랑이질'이다. 그들의 짓은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연히 남을 못살게 구는 짓'에 지나지 않으니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