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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있는 주말]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출석을 부르려다 보니 이 빠진 것처럼 빈 자리가 몇 개 보였다. 요즘 시험기간이라서, 시험공부에 열중하느라 오지 못한 아이들과 감기몸살이 심해 오지 못한 아이들의 자리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글쓰기 수업에 오지 못하고, 시험공부에 매달려 있을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시험성적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저요, 이번에 5등 안에 들어야 해요. 안 그러면 엄마아빠에게 혼날 거예요.”

 

“저는요, 이번에 꼭 90점이 넘어야 해요. 그럼 어린이날 선물 사주신다고 했어요.”

 

감기에 걸려서 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한 아이는 어찌나 감기가 심한지 코맹맹이에 목소리까지 변했다.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한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학교 끝나고 꽉 짜여진 학원 프로그램에 맞추려다보니 쉬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늘은 역사공부를 좀 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미루어버렸다. 시험을 앞둔 아이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얘들아, 오늘은 선생님이 너희들 엄마아빠가 되어줄 게. 곧 어린이날인데 뭐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 없니? 오늘은 평소에 엄마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 그런데 차마 건네지 못한 말, 늘 가슴에 쌓여 있는 말이 있으면 해보자. ”

 

아이들에게 하얀 종이를 나눠주니 신이 났다. 종이에 쓰기도 전에 병아리처럼 입을 열며 질문을 쏟아낸다.

 

“선생님, 아무 말이나 괜찮아요?” “정말 다 들어주실 거예요?” “아휴, 저희 아빠는 욕이 너무 심해요.” “공부하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어요.”“엄마가 글쓰기 수업 가면 이런 말 쓰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에게 미안해요.”

 

아이들은 자신이 한 말을 돋보이기 위해 색연필로 정성들여 꾸미기까지 했다. 어른들은 늘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렇게 하지 마라’ 등등 끊임없이 요구하며 방향을 제시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하지 못한다.

 

“얘들아,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지금부터 엄마아빠들의 모습이 좀더 멋지게 달라지겠지?”

 

아이들은 투명한 물이다. 자신을 통해 모든 사물을 그대로 비춰주는 맑은 물이다. 냄새도, 빛깔도 맛도 일정한 모양도 없는 물이다. 물은 세상 그 어떤 냄새나 빛깔, 맛까지도 다 흡수하며 자신을 변화시킨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물의 모양이 달라지듯, 아이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어른이 어떤 마음 그릇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성도 달라진다.

 

물이 생명을 가진 것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존재라면, 아이들 또한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류 역사에 가장 귀하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오늘은 모든 일 제쳐두고, 내 아이들을 따뜻하게 꼬∼옥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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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분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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