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관(한민족통일포럼 전북도 회장)
세상 살아가며 누구나 죄를 짓는다. 그 죄 가운데 가장 가혹하고 무서운 죄가 역사의 죄다. 10여 명의 사람을 앗아갔던 살인범 고재봉 보다 역사에 죄를 범했던 이완용이 더 무서운 형벌을 받고 있다. 한 번 처형의 벌을 받았던 고재봉, 100년을 두고 매일 처벌을 받고 있는 이완용을 비교해 보면 역사의 죄는 무서운 형벌이다.
동서양을 물론하고 역사의 죄는 그 만큼 처참하고 무섭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영웅 조조는 오늘 다시 역사의 평가를 받고 있다. 간교했던 지도자가 아니라 역사의식에 철저했던 사려 깊은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그와는 철전지 원수처럼 싸웠던 적장 관운장이 생포됐다. 당장 처형할 줄로 알았다. 그러나 국가 원수와 똑같이 예우를 했다. 심지어 연회에 초대해서 마주 앉아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후하게 살려서 돌려보냈다. 예하 장수들이 불평하면서 「동료 장수와 부하들이 무수하게 관운장 청룡언월도에 희생이 됐다. 그를 돌려보내다니 너무한 것이 아닌가요?」조조는 「이놈아, 그는 역사적인 인물이다. 내가 그를 처형하면 역사는 나에게 그 잘못을 기록할 거야. 그런 바보짓을 하기는 싫다」조조는 황제로서 춘추전국시대의 강자였다. 그러면서도 역사의식만은 철저했다. 그는 사마천을 가장 무서워했다. 무수한 전투와 전쟁에서 수백만 명을 살해했지만 항상 역사의 죄를 범하지 않으려고 몸을 살렸다. 그 만큼 사려 깊은 장군이면서 황제였다.
히틀러는 왜 역사의 죄를 범했을까? 전쟁을 일으켜 2천만 명이 죽었고, 홀로코스트로 6백만 명의 유태인을 희생시켰다. 전쟁이 종식된 지 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독일인들은 세계를 향해 머리 숙여 사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히틀러는 보기 드문 영리한 지도자였다. 비록 육군 상사 출신이기는 해도 3백만 명의 독일군 총사령관으로 지휘하면서 무수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냈다. 그리고 그의 전기 「나의 투쟁」은 보기 드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 히틀러가 ‘왜 역사의 죄인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부호가 계속 되어진다. 바로 그 시대를 살아갔던 지식인들의 과오였다. 대철학자 하이데커, 요한 스트라우스, 롬멜, 뢰벤슈탈 등 당대의 세계 최고 지성이라 할 지식인들이 모두 히틀러를 추앙했다. 그것이 히틀러의 눈을 어둡게 했다. 세기적인 대석학 하이데커가 역사를 모르고 이념을 모르겠는가. 8000만 게르만 민족이 하나같이 히틀러의 망상에 뒤덮였고 유태인 인간 청소를 노래했다. 그러한 광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동조를 했다.
국민의식을 관통하는 시대의식. 이것이 역사의식을 회칠한다. 진정성이 없는 지도자들이 시대의식을 조작한다. 어김없이 국민들은 속아버린다. 그래서 사마천은 중형을 당하고 손이 잘리면서까지 정직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우리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역사의식에 눈을 돌려야한다. 시대는 상극(相剋)의 국면을 넘어 상생(相生)의 마당에 들어 서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삶일지라도 역사의 죄만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오늘의 시대정신이 아닐까.
/이의관(한민족통일포럼 전북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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