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근(남원시장)
도로에는 무슨 기능이 있을까?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지역간의 안전하고 편리하면서도 빠르게 소통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안전성과 신속성에 경제성을 지녀야 만이 진정한 도로라 할 수 있겠다.
88고속도로는 광주와 대구를 잇는다. 동서간의 화합을 위해 급조되어 1984년에 개통한 총 170.6Km의 도로다. 최근에 확장된 광주와 대구쪽 28.3Km를 제외하고는 국내 고속도로 가운데 유일하게 2차선 도로다. 특히 중앙분리대도 없어 고속도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민망할 정도다.
더구나 지리산권과 가야산권 등 험한 산악지형을 통과하는 고속도로로 급하게 건설되는 바람에 터널을 뚫지 않아 커브 구간 비율이 38.2%로 급커브 구간이 많고, 경사도 5% 이상이 되는 곳도 8곳이나 될 정도이다.
또한 구조적으로 결함이 많아 지난 10년 동안 무려 139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442명이 사망하였다. 치사율이 31.7%로 전국 고속도로중 제일 높아 ‘죽음의 도로’ ‘공포의 고속도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도로공사는 확장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4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실시설계와 환경 교통영향 평가, 편입부지 측량까지 마친 뒤 보상작업을 해왔다. 2001년에는 정부가 도로의 안전성 확보와 지역균형개발차원에서 2010년까지 확장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사업이다.
그런데 고속도로 확장을 추진하던 건설교통부가 갑자기 공사비 2조원 가운데 내년 예산에 100억원만 반영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였다. 건교부의 변명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7월 20일 88고속도로가 경유하는 남원시를 비롯한 영·호남 7개 시·군 단체장들은 건설교통부와 기획예산처를 방문해 88고속도로 확장공사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하였다.
또한 “88고속도로 확장공사는 단순한 경제논리보다 지역정서와 국토의 균형발전, 국민의 교통안전 확보 등의 특별한 접근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렇다. 88고속도로는 단순히 경제성 논리로만 따질 것이 아니다. 경제성을 뛰어넘어 동서 간의 화합은 물론이고 문화의 벽을 허물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 통영간의 고속도로와 연계되어 교통량도 증가하고 있다. 그 만큼 경제성도 높아졌다.
88도로 안전성 확보와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나이·성별·거주지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생명과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인권이 심각히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들의 주장에 동감한다. 정부는 88고속도로 이용자들이 불안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확장공사를 조속히 완료해야만 한다. 더구나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되어 왔던 지리산권 개발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확장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국도 4차로만도 못한 고속도로를 더 이상 방치해 두어서는 안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2차선 고속도로는 없다. 88고속도로 확장공사를 조기에 완료하도록 거듭 촉구한다.
/최중근(남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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