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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④ 무화과나무와 천선과나무

무화과나무열매의 단면. (desk@jjan.kr)

다소 때 늦었지만, 아주 흥미로운 꽃과 벌 이야기다.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해마다 과학교사를 위한 현장교육 연찬회를 실시하여 과학교사들에게 체험과 지식 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전남 여수에 있는 조그마한 섬 ‘사도’에서 실시되었다. 공룡발자국과 지질구조, 남도의 생태계 등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왔다. 그 중에 무화과와 천선과나무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무화과나무는 꽃이 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먹는 열매가 꽃 이삭이다. 그 열매 속에는 수많은 조그만 꽃들이 들어 있고 이것이 자라 열매가 된다. 이와 유사한 식물이 남해안에서 흔히 관찰되는 천선과나무이다. 천선과나무는 무화과나무와 같이 뽕나무과 무화과나무속 식물로, 바닷가의 해안절벽이나 산기슭에서 자란다.

 

천선과나무의 열매는 지름이 15mm 내외로써 9~10월에 흑자색으로 익으며 표면에는 많은 점이 있다. 하늘의 선녀들이 먹는다 해서 천선과라 불리는 이 열매는 무화과처럼 달지는 않아도 먹을 수는 있어서 아이들이 놀이삼아 따먹기도 한다. 무화과나무처럼 천선과나무도 우리 눈에 활짝 핀 꽃이 보이지 않을 뿐, 화낭이라는 둥근 열매 속에 많은 수의 꽃을 피운다. 무화과나무는 암수한그루이지만 천선과나무는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어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의 암술머리에 닿아야 수정이 되고 열매가 된다. 그런데 어떻게 구멍이 아주 작은 주머니 속에서 꽃가루가 나와 다른 나무의 암술머리에 닿을까? 여기에 중매쟁이 벌이 있다.

 

꽃이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무화과의 꽃가루 전달은 여기에만 사는 말벌에 의해 이루어진다. 말벌의 산란은 수열매에만 하게 되고 암열매에는 꽃가루 전달만 하게 된다. 한 종의 무화과에는 한 종의 말벌이 있다. 최근에 알려진 사실로는 1,000여종의 무화과마다 한 종의 말벌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천선과나무는 수나무의 꽃주머니가 점차 붉은 색이 되어갈 즈음, 그 속에서는 수벌이 암벌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암벌과 교미한다. 수벌은 자신의 임무를 다 하면 바깥세상을 보지도 못하고 그 안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즈음 주머니 속이 조금 열리고, 맑은 공기가 들어오면 암벌이 깨어난다. 때를 같이해 수꽃이 피고 밖으로 날아가는 암벌의 몸에 꽃가루를 묻혀 보낸다. 암벌이 찾아간 어린 꽃주머니가 수나무라면 암벌은 수꽃주머니 속에 들어가 쉽게 산란관을 넣어 알을 낳는다. 벌들의 양육 장소가 되는 것이다. 벌로 치면 성공이고 나무로 치면 기막힌 운명이다. 하지만 암꽃으로 찾아가면 인생은 역전된다. 암꽃주머니 속이 길어서 산란관을 꽂지 못하고 벌들은 꽃가루만 전한 뒤, 그 속을 나오지 못하고 배속에 알을 가득 담은 채 생을 마감한다. 물론 나무는 성공적인 결실을 하게 된다.

 

이들은 절대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공생관계이다. 공생이란 두 생물간에 서로 생존에 필요한 도움을 받는 관계를 말한다. 공생과 기생은 엄연히 다르다. 공생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되 피해는 주지 않는 관계이고, 기생은 다른 생물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생존에 필요한 것을 뺏어오는 것이다. 나는 삶 속에서 공생의 삶을 살고 있는가? 기생을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한다.

 

/전병은(전주 중앙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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