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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정(情)과 한(恨)

우리 민족의 삶이나 정서를 얘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두 개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과 한이 아닐까 한다. 이 두 낱말은 의미상 아주 거리가 먼 듯도 하지만, 때로 곧잘 이웃하여 정한(情恨)이란 한 단어를 형성하기도 한다.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마라. 사랑하면 못 만나서 괴롭고, 미워하면 만나서 괴롭다’고 법구경(法句經)은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정과 한은 한뿌리에서 나온 감정이거나, 혹은 한이란게 본시 정에서 비롯된 감정인지 모르겠다. 이런 연유로 이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공동 운명체가 되어 버린 지도 오래다.

 

정과 한은 분명 고유어가 아닌 한자어에서 온 말이다. 이 두 말은 가장 성공적으로 귀화한 용어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우리 정서에 딱 맞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둘은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오는 동안 저절로 한국인의 의식 구조 속에서 풍화 작용을 일으켜 그 본래의 뜻마저 변질시킨 결과이리라.

 

우리가 말하는 정(情)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단순한 뜻이나 실제, 또는 마음속(心中)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정이란 말 속에는 인정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랑과 미움을 비롯한 어쩌면 삶 자체를 통칭할 만큼 이 말이 포용하는 영역은 넓고도 크다.

 

원망이나 뉘우침을 뜻하는 한(恨) 역시 이에 못지 않다. 恨은 마음심(心) 변에 뿌리간(艮)을 합친 글자인 만큼, 마음속에 가만히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한이란 곧 시름 ? 설움과 같은 마음의 상처란 의미 이외에도 오뉴월 서리 같은 원한이나 타인에 대한 배반감, 또는 피해 의식과 함께 자학적 요소까지 합친 다양한 의미의 복합체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정이 깊으면 한도 깊을 수밖에 없는 법.

 

다만 정이란 맺으면 맺을수록 더욱 좋고, 한이란 풀어 주면 풀어 줄수록 우리의 삶이 행복해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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