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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자식사랑은 조물주의 뜻 - 나궁열

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인간이 죽어서 천당에 가면 두 번 깜짝 놀란다는 말이 있다. 먼저 깜짝 놀라는 것은 조물주 하느님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분이 이토록 위대하신 분이셨구나 하는 감탄이고, 그 다음으로 놀라는 것은 내가 이렇게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위대한 인물이었구나 하는 놀라움이란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천당에서 느낄 수 있는 이 감탄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종교인이라면 이 세상에서 외쳐야 하는 것이 바로 감탄과 놀라움이 아닐까? “조물주 하느님은 인간이 깨닫지 못할 만큼 위대한 분이시고 그분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하나하나가 조물주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에 위대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조물주의 사랑을 인간이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인간인 나에게 조물주의 사랑을 전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그 아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갓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앉고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귀염둥이’이라고 말하며 젖을 물린다. 부모님은 이렇게 자식을 사랑하는데 이것이 내리 사랑이다. 이 사랑은 인간이 의지적으로 노력해서 주는 사랑이 아니라 조물주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인간의 마음속에 유전인자로 각인시켜 준 본능이다. 태초부터 각인되어 내려오는 이 눈물겨운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이 세상의 생명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번식하여 보존되는 원천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랑은 사랑의 근원이신 조물주 하느님께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부모는 조물주 하느님 사랑의 전달자이다. 하느님이 인간 하나하나를 그토록 사랑한다고 하는 사실이 부모를 통해서 전해지는 것이며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이 본능적인 사랑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이 사랑을 통해서 자녀는 가정의 한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게 되고 이 세상에서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삶의 의미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랑으로 인간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살아가게 가는 아이는 구김살이 없이 자라게 된다.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를 성인이 돼서 비교해 보면 뚜렷이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이 조물주 하느님 사랑의 전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녀들에게 이 사랑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는가? 우리 자녀들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 자신의 자존감을 느끼며 이 세상에서 사랑받고 사랑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있는가?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다 내 마음대로 이루었는데 자식농사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는 푸념에 앞서 내가 정말 조물주 하느님의 사랑을 자녀에게 전달했는지를 먼저 반성해 볼 문제이다.

 

/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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