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논설위원
자치단체들의 '우수기업 모시기'는 전쟁에 가깝다. 자신의 간도 빼줄 정도다.
두가지 사례만 들어 보자.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둥지를 튼 것은 2002년. 당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자 직접 미국에 공장을 설립, 쏘나타를 'MADE IN USA'로 생산키로 한 것이다. 이때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 미국 자치단체가 50여 개. 결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로 결정됐는데 이들이 기울인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 시장 등이 만사를 제치고 달려와 총력전을 폈다. 이들은 주(州)헌법까지 바꿔가며 주정부가 210만 평의 땅을 매입, 무상으로 넘겨줬다. 공장 진입도로 확장공사를 해주고 이름도 현대대로(Hyundai Boulevard)로 바꿨다. 주소 또한 국내 울산공장의 번지수와 같은 700으로 변경했다. 20년 동안 법인세 면제, 2년 동안 지역신문 무료광고 등 각종 인센티브로 현대차가 돌려받은 혜택은 2억5000만 달러를 넘었다. 또 무노조 보장과 함께 '현대가족 지원'부서를 만들어 주택구입에서 전기·가스 신청, 영어교육, 자녀 등하교까지 책임져 줬다. 그야말로 고객감동 서비스를 실천한 것이다. 이어 기아차도 4억100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고 인근 조지아주에 공장을 건설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이들 자치단체가 취업시킨 현지인력은 1만3300여 명에 이른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에도 없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지사로 있던 2006년 경기도는 LG필립스 LCD단지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두가지 유명한 에피소드가 회자된다. 하나는 묘지이전. 손 지사는 묘지 1기당 1명씩의 공무원을 붙였다. 그리고 종중 어른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토록 했다. 그 결과 450기가 넘는 묘지를 조기에 이전시켰다. 또 하나는 문화재 발굴조사. 추운 겨울날씨 탓에 문화재조사가 늦어졌다. 손 지사는 5000여 평이 넘는 이 부지에 대형천막을 치도록 했다. 그리고 온풍기를 돌려 언 땅을 녹여가며 조사를 마쳤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유치 과정에서 공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큰가를 반증한다.
마침 현대중공업 등 기업을 유치하면서 군산시가 보여준 원스톱 행정서비스가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혔다.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이 흘린 땀과 주민의 행복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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