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환경부 자연보전국 국장)
해마다 이맘때면 덕유산 자락 하늘을 수놓는 반딧불 소식에 대한 기사를 접하곤 한다. 어릴 적 추억의 반딧불을 다시 접할 수 있다는 설레임과 함께, 잘 지켜낸 자연자원이 창출하는 혜택을 오롯이 목격하게 되는 뿌듯함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해로 벌써 열두 돌을 맞는 무주 반딧불축제는 작은 곤충을 매개로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전국적인 축제의 장으로 발전되었으며 새로운 환경테마축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렇듯 지역 고유의 자연자원을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널리 알리는 노력은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내는 신선한 시도이다.
일찍이 전북은 김제평야로 대변되는 전국 최고의 고품질 농산물 생산지역이었으며 현재도 그 명성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역주민 대부분이 70년대 이후 중공업 위주의 산업화가 늦게 진전되어 지역경제가 상대적으로 침체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단순 소득규모만으로 지역발전 역량을 가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고속성장 과정에서는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이 이분법적인 선택의 대상이 되고 경제개발의 논리 앞에 자연생태의 중요성은 간과되기 쉽다. 역설적이지만 전북지역의 청정환경자원의 가치는 지역주민의 쾌적한 삶의 질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무한한 성장동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는 보전인가 개발인가 하는 이분법적 논쟁을 벗어나, 지역의 잘 보전된 자연자원이야말로 경쟁력의 보고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개발이 제한된 청정지역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결코 적지 않으며, '어메니티(Amenity) 전략'과 같이 지역 고유의 환경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지역발전의 기반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는 추세이다. 우리의 자연환경보전정책도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보전과 발전의 조화라는 큰 테두리 아래 지속가능한 이용을 추구하는 생태계보전으로 중심축이 이동해가고 있다.
불과 수년만에 생명이 살아숨쉬는 하천으로 변모된 전주천의 생태하천 복원 과정은 지역주민과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며 자연환경을 지켜낸 의미있는 성과이다. 또한 무주반딧불이 자연학교, 전주자연생태체험센터, 남원지리산자생식물공원 등 크지 않으나 소중한 사업들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더이상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이 서로의 발목을 잡지 않고 호혜적 조화관계를 유지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패러다임을 추구하는데 지역 주민과 정부가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민·관·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제1회 Green way 축제'를 통해 다양한 환경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청정전북, 친환경 전북'의 이미지를 홍보하려는 노력은 지역특성을 살린 생태축제로 발전함과 아울러 지역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이러한 노력들이 합쳐져 청정지역이라는 자부심 아래 잘 보전해온 생태환경의 품 안에서,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며 경제도 활성화되는 고품격 지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믿는다. 반딧불을 잘 지켜낸 자연보전 노력, 지역발전에 대한 도민들의 희망이 잘 어우러져 초여름 밤하늘에 더많은 반딧불이 수놓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지태(환경부 자연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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