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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달팽이 뿔 위의 싸움

장자(莊子)에 '달팽이 뿔 위의 싸움(蝸牛角上爭)'이란 우화가 나온다.

 

전국시대, 위(魏)의 혜왕(惠王)과 제(齊)의 위왕(威王)은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맹약을 했는데 위왕이 먼저 배신을 때렸다. 그러자 혜왕은 자객을 보내 위왕을 죽이려 했고, 신하는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칠 것을 주장했다. 혜왕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망설일 때 대진인(戴晉人)이란 사람이 이 전쟁을 달팽이 뿔에 비유했다. 달팽이의 왼쪽 뿔과 오른 쪽 뿔에 세운 나라가 영토쟁탈전을 벌이는데 이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일인가를 깨우쳐 준 것이다.

 

요즘 전북도와 전주시의 갈등을 보고 있으면 이 우화가 떠오른다. 대표적 갈등사안은 전주시가 추진하는 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이다. 이 사업은 상수관 정비를 통해 수돗물 누수를 줄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지난해 9월 1350억원 규모의 입찰을 실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현대건설 서류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 낙찰자가 변경되었다. 이 와중에 전북도와 전주시 관계자들이 골프접대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이후 이 사건은 전북도의 감사와 법정다툼, 검찰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도는 감사결과 회계질서를 문란케 했다며 부시장 등의 중징계를 요구했고, 시는 강력히 반발했다. 전국 최초로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에 자치사무 권한을 둘러싸고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김완주 지사와 송하진 시장, 그 참모진간의 해묵은 갈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업체간 생존싸움과 함께 방송사 간부들까지 연루됐다는 설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에서 갈등조정협의회를 열자, 일부에서 "정작 자신들 머리는 못깎으면서 무슨 갈등조정이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옛말에 자피생충(自皮生蟲)이란 말이 있다. 가죽에 좀이 나서 가죽이 다 없어지면 좀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도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니, 이웃이 망하면 다른 쪽도 위태롭다는 뜻이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그런 관계다.

 

당나라 재상이자 문장가인 백거이(白居易)는 '술을 대하며(對酒)'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달팽이 뿔 위에서 싸워 무엇하리(蝸牛角上爭何事) 부싯돌 번쩍이듯 찰나를 사는 몸(石火光中寄此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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