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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군수, 어디 없소?

인구 8만 명의 자그마한 도시 이즈모(出雲)시는 일본에서 행정개혁의 대명사로 통한다. 1990년대 초부터 친절과 효율,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최고의 행정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다. 또 '지방의 반란'을 통한 지방 살리기의 모델로도 꼽힌다. 이 도시가 이렇게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이와쿠니 데쓴도(岩國哲人)라는 시장의 공이 컸다.

 

이와쿠니는 1988년 당시 세계적인 증권회사인 메릴 린치의 수석 부사장이었다. 그는 배고픈 소년시절을 보내고 어렵다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증권회사에 들어가 30년간 유럽과 미국을 누비며 주목받는 금융인으로 성장했다.

 

그 때 그의 뉴욕 아파트로 고향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는 날이 갈수록 많아졌고, 고향친구가 뉴욕으로 찾아 오기도 했다. 고향을 위해 일해 달라는 게 요지였다. 그에 앞서 현역 시장이 임기만료에 맞추어 출마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또 그 전에는 뇌물사건으로 지방의회가 해산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는 시장 출마 권유를 받아 들였다. 30년만의 귀향이었다. 자민당 시의원 22명을 비롯 정파를 가리지 않고 그를 추천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무난히 당선되었다. 그 후 그의 행보는 일본 지방자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

 

김진억 임실군수의 구속을 보면서 갑자기 이와쿠니가 떠올랐다. 임실군수로 능력있고 도덕성을 갖춘 외부 인물을 영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임실군은 1995년 군수 선거가 실시된 이래 군수 3명이 전원 구속되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웠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자수명하고 박사마을 등 인물 많기로 소문난 고을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물론 그 책임은 군수 자신들에게 있을 것이다. 하나같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군정(郡政)보다는 잿밥에만 눈이 어두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을 뽑은 군민들은 책임이 없을까. 불과 3만명 남짓한 인구에 파벌 대립과 투서가 난무하고 돈이나 이권을 바라고 투표하지 않았은지 뒤돌아 볼 일이다. 자치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학이 파행하면 관선이사를 파견하듯 군수를 임명이라도 해야 할 것인가. 그럴 바엔 군민이 마음을 모아 외부에 있는 임실출신 인물을 모셔오는 것은 어떨까. 우물안에 갇혀 서로 헐뜯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누구 이와쿠니 같은 인물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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