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자처한 거리낌 없는 연기…와! 머찌다?
※ 다찌마와 리〔명사〕
1. 여기저기 돌아다님
2. (연극·영화의) 싸우는 장면, 또는 그런 연기
3. 와! 머찌다(멋있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미 인터넷상으로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던 '다찌마와 리'. 2000년 기괴한 웃음으로 인터넷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 영화가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인터넷 개봉 당시 다찌마와 리의 인기는 대단했다. 조회 100만 건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져 인터넷을 사용 할 줄 안다면 한 번쯤은 모두 본 그런 영화. 주인공 다찌마와 리 역할의 배우 임원희가 지금의 이미지를 된 것도 한 몫 단단히 했을 뿐 아니라 류승완 감독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원래 영화에서 싸우는 장면을 일컫는 말에서 제목을 따 왔지만 '와! 멋지다'를 거꾸로 외치고 주인공의 성을 붙이면 비슷한 발음이 되는 재미있는 사실에서 영화의 대부분을 알 수 있다. 액션물이면서 주인공이 멋있다는 것. 호방하다(의기가 장하여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다)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거리낌 없는 것이 영화 '다찌마와 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지금까지 보던 영화와는 시작부터가 다른 삼류를 자처한 영화다.
▲ 대놓고 B급 영화
그냥 처음부터 그렇다. 부담감도 갖지 말고 너무 열심히 보지 않아도 된다. 왜냐고? 어차피 3류 영화니까. 감독은 처음부터 B급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임원희, 류승범, 박시연, 공효진 등 연기 잘 하고 예쁘고 멋있는 배우들에게 어색한 연기를 시켰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가 하면 '진짠가?'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기도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의 의도 그 자체다.
아무리 3류 영화지만 드라마, 그러니까 영화의 흐름을 유지하는 이야기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 연개성이 떨어지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이어지지도 않는다. 정말 있음직한,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을 조금 재미있게(?) 표현 했을 뿐. 웬만한 영화보다 스토리도 훌륭하고 넋을 잃고 보다가는 뒤통수를 맞는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다찌마와 리'의 B급스러움은 영화의 촬영 장소에서 그 빛을 더한다 . 한강 어느 다리로 보이는 똑같은 자리에 김좌진, 김구 선생님처럼 보이는 두 배우가 서서 나라의 앞날과 다찌마와 리의 활약상을 이야기 한다. '압록강' '두만강' 이렇게 배경 이름만 바뀌면서. 스위스라고 말하는 눈 덮힌 산은 강원도의 스키장처럼 보이고 자칭 프린스턴대에서는 스님이 걸어 다니니 진정 재치가 아닌가. 결정적으로 '스위스 비밀은행 축협지점' 같은 작명은 3류 영화의 절정이다.
▲ 액션 그리고 대사
제목부터가 싸우는 장면이라는 뜻이 있어서 인지 액션 연기는 일품이다. 배우들이 불가능한 장면은 액션 배우들의 대역이로 이뤄졌다. 그 결과 완성도는 상승. 얼핏 보면 코믹물인데 분명 이 영화는 액션 장르로 나뉘어져 있으니 액션 하나는 일단 기대해도 좋다.
'이제야 내 마음이 재건축 되어 마음 한 구석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여유가 생겼건만...' '조국과의 사랑을 배신한 넌 간통죄야'
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대사에 더빙한 듯한 목소리는 웃음을 유발한다. 평소 대화하기에는 너무 긴 대사들 그리고 잘 쓰지 않는 단어의 조합에 관객들은 웃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심각한 상황과 너무나 진지한 배우들의 표정이 재미를 더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극 중 중국과 일본인들의 대화 또한 압권이다. 듣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그들의 대화는 명사는 국어, 조사와 어미만 외국어다.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잘 못된 외래어까지 합세해 유치함은 극에 달한다. 사실 너무나 뒤 섞여 있어 자막이 없었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전문 번역이 아닌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는 일반 사람들의 번역체를 따라한 재치는 자신의 태생(인터넷에서 먼저 개봉한)을 잊지 않음과 동시에 또 다른 웃음을 주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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