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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있는 주말] 2030이 말하는 한가위 명절

친척들 볼때마다, 결혼 이야기 들을때마다 스트레스 "차라리 고향대신 여행길"

오랜만에 가족들 모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흐뭇한 중년. 학교도 쉬고 용돈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는 청소년들. 그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있는 2030들은 추석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누가 더도 말고 덜고 말도 한가위만 같으라고 했던가.

 

▲ 자취생을 위한 '반찬'의 명과 암

 

자취생들이 집에 갈 때는 필시 목적이 있다. 추석을 이용해 반찬 걱정, 용돈 걱정을 끝내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 대학생 방준철씨(26·완주)는 벌써 3년째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평소 반찬 만드는 일이 제일 번거롭다는 방씨는 명절에 먹고 남은 고기와 전, 밑반찬 등을 싸오면 한동안 음식 걱정은 안해도 된다며 웃었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 친척들에게 용돈을 탈 수 있는 명분도 있다.

 

대학교 졸업 후 부모님과 떨어져 살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방은진씨(25·군산). 그 역시 집에서 싸온 반찬이 자취 생활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먹을 때면 부모님 생각이 나 가슴이 아프다고.

 

▲ 결혼 스트레스

 

"요즘 사귀는 사람 있니?"

 

이 정도 질문은 귀엽다. 노처녀 노총각들은 명절이면 부모님과 친척들이 머리를 맞대고 비상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또 지켜봐야만 한다.

 

이모씨(37·전주)는 "서른을 넘기고 나면 당사자 몰래 결혼정보회사에 가입시키거나 명절에 선보는 일정을 잡아놓는 황당한 경우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조모씨(29·전주)는 올해 나이 스물아홉.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시집 가기 힘들다는 고지식한(?) 어른들 생각에 벌써부터 추석이 두렵다. 결혼한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고향을 찾아도 만날 사람이 없어 쓸쓸할 때도 있었지만, 이것도 잠시. 시댁에 신경 쓰고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나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간다.

 

 

▲ 명절=휴식

 

핑계를 만들어 친척 모임에 빠지기가 양심에 걸리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은 명절밖에 없다.

 

명절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는 윤한씨(32·전주). 올해는 연휴가 3일밖에 되지않아 국내 여행을 결심했다. 그는 "명절 때 여행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지가 비슷해 단체여행을 택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친척집 순례 대신 '방콕'을 택하는 사람도 많다. 전주가 고향인 이나영씨(29·서울)는 "차도 밀리는데 추석때 무리해서 내려가는 것보다는 집에서 쉬는 게 낫다"며 "평소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은 명절 연휴가 꿀맛 같은 휴식"이라고 말했다.

 

연휴가 끝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달라진 사람들도 있다. 특히 여성들은 명절때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올해처럼 연휴가 짧을 때에는 이틀 정도 휴가를 더 낸다.

 

▲ 군인도 명절이 싫다

 

전북대 앞에서 만난 휴가 나온 군인 이모씨(21·전주). 그는 "명절 휴가라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바깥 출입을 한번 하고 돌아오면 고참들 기대가 그만큼 커져있기 때문. 싱글인 고참들을 위해 여동생이나 누나 등 펜팔친구를 찾아가야 하는 의무감(?) 뿐만이 아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상한(?) 고참들도 있다. 이씨는 "야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고참들이 있어 아무 일이 없었는데도 꾸며서 이야기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 친척들과의 형식적인 만남, NO!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의 어색한 만남도 부담스럽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별 일 없고?" "건강은 어때?" 등 형식적인 질문 몇 마디만 오고가면 금세 할 말이 바닥난다. 그렇다고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진땀을 빼면서도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게 또다른 스트레스다.

 

김효진씨(27·전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경제적인 문제로 사이가 안좋아져 친척들과 아예 연락이 끊겼다"며 "부모님도 일을 하시기 때문에 가족들이 따로 논 지 몇 년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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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신동석·윤나네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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