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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노인

조상진(논설위원)

풍운아 한명회의 장인이자 세종때 판중추부사를 지낸 민대생(閔大生)은 장수했다. 그는 나이 90이 되던 해 정월 초하룻날 여러 조카, 손자들의 세배를 받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절하며 말하기를 "100세 향수하십시오" 하였다. 그러자 이 노인은 화를 벌컥 내며 "내가 지금 나이 90인데 100살을 살라면 앞으로 10년밖에 더 살지 말란 말이 아니냐. 그런 박복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이냐?"하고 내쫒아 버렸다. 그 다음 사람이 들어가 절을 올렸다. 그러면서 "아저씨께서는 100세 향수를 하시고 또 한번 100세 향수를 하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때서야 이 노인은 기뻐하며 "그래야지, 수를 올리려면 그렇게 해야 도리가 되지"하고 성찬을 먹여 보냈다. 대동기문(大東奇聞) 세종조(世宗朝)는 이를 '민대생이 백년수(百年壽)에 또 백년이라 한다'는 제목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 노인들이 입으로는 "빨리 죽어야지"하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큰 오산이다.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아니던가.

 

옛 말에 '나라 상감님도 늙은이 대접을 한다'고 했다. 그리스와 일본 속담은 '집에 노인이 안 계시면 빌어서라도 모셔라' '늙은 말은 길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프랑스와 영국 속담에는 '사과가 시들면 향기가 없어진다' '젊어서는 성인, 늙어서는 악마'라고 했다. 노인을 보는 시각이 극과 극이다.

 

어쨌든 가을이 온다는 사실 보다도 단풍을 먼저 보게 되듯,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늙어가는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일찌기 플라톤은 이를 "노령(老齡)은 분명히 신속하다. 하여간 우리에게 필요 이상으로 신속히 다가온다"(饗宴)고 갈파했다.

 

통계청은 노인의 날인 1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01만6000명으로 총인구의 10.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대인구 5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고령자의 이혼이나 재혼도 지난해에 비해 10%이상 늘어났다. 또 노인의 65.3%가 노후준비를 하지 않았고, 41.7%가 생활비 때문에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노인 인구는 급증할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노인문제 역시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노인도 "꽃보면 반갑고 잔잡으면 웃음나는"(이중집의 시조) 존재다. 항상 이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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