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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코미디와 드라마의 적절한 조화 '미쓰 홍당무'

"니가 캔디냐? 다 너만 좋아하게!"

 

생각해 보면 이라이저는 캔디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던 남자도 뺏기고 자신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마저 캔디를 더 좋아하니 사랑을 모두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것. 사실 너무나 착한 척(?) 하는 캔디가 제일 나쁜 캐릭터였을 지도 모른다. 순진한 척, 착한 척, 예쁜 척 등 온갖 척은 다 하는 내숭의 달인, 현대로 치면 그야말로 '사는 법'을 아는 그다.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은 캔디 속 이야기의 이라이저 같은 인물이다. 자신은 사랑을 얻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지만 사람들은 캔디 같이 예쁘고 여린 '그녀'에게만 관심을 가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면홍조증'이라는 병을 가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호감'으로 일축 된다.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해 카메오 출현 까지 했다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를 빌어보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듯. 카메오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 이다.

 

▲ 비호감 안면홍조증

 

이름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것 같은 안면홍조증.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어느 성형외과와 피부과 전단지에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은 불그족족한 볼을 자랑하던 그 병이다. 주인공 미숙(공효진)은 아주 심각한 안면홍조증 소유자다. 시도 때도 없이 빨게 지는 얼굴도 모자라 툭하면 남다른 행동(?)을 일삼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인 그에게도 사랑은 있으니 자신의 고등학교 때 스승이자 지금은 동료 교사인 서 선생(이종혁)이다.

 

유부남인데다가 딸까지 있는 서 선생님의 위치를 아랑곳 하지 않고 "지지난해 회식 자리에서도 내 옆에 앉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내 옆에 앉는 걸 보면 서 선생님은 나를 좋아하는게 분명해!"라는 단순하고 어이없는 이유로 꿈을 품은 그에게 적이 나타났다. 같은 러시아어 교사인 이유리(황우슬혜) 선생. 이유리와 서 선생 사이에서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면서 자신에게 벌어진 온갖 나쁜 일들이 다 이유리 탓으로 생각되는 미숙은 서 선생의 딸인 종희 (서우)와 모종의 동맹까지 맺게 되는데.

 

코미디와 드라마의 적절한 조화의 미쓰 홍당무는 총 100분 상영에 18세 관람가.

 

▲ 18세 이상 관람해야 하는 이유

 

미숙은 결코 평범한 캐릭터는 아니다. 비단 안면홍조증이라는 것 뿐 아니라 행동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집 장만을 위해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거나 몸에 좋다는 건강 용품은 죄다 챙기는 그의 행동들을 그냥 '이상해'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듯 그는 관계와의 소통에 굶주린 인물이다. 그래서 외로운 시절 자신에게 관심을 자져준 담임선생님 서 선생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학창시절 한번은 겪어봤던 '선생님을 사랑하는 학생' 이야기 임에도 이 영화는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사랑의 대상이 '유부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 내내 등장하는 대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이자 약과다. 독설도 모자라 온갖 성적인 대화가 난무한다. 하지만 전혀 야하지는 않다. 미숙이 담아 놓았던 울분의 찌꺼기랄까? 그래서 더 애정이가고 눈길이 가는 그런 캐릭터다.

 

이 영화가 18세 관람가 여야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면서 슬프다. 여느 드라마나 책처럼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도 해피 앤딩도 아니기 때문. 미숙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호감으로 일관하고 다른 캐릭터들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무엇인가를 깨닫지도 그렇다고 변화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억지도 내는 결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데렐라가 사실 계모를 죽였다든지 헨젤과 그레텔은 자신들이 집을 나간 것 이였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없듯이 미쓰 홍당무는 어른들만 봐야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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