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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옥정호 물다툼

섬진강 상류에 자리잡은 옥정호(玉井湖)는 아침 햇살을 받아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일품이다. 일교차가 크게 나는 봄 가을에 특히 그러하다. 인근 국사봉 전망대에 올라 호수 속의 섬인 '붕어섬' 일대를 내려다 보면 신선이 노니는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순환도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옥정호의 매력이다. 산책하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는 '전국 아름다운 길 100선'과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하는 '가볼만한 곳'에 선정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얘기가 나오면서 불법건축물이 난립해 우려도 없지 않다.

 

또 옥정호 맨 위쪽 정읍시 산내면에는 구절초 테마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들국화의 일종인 구절초는 음력 9월 9일에 줄기가 아홉마디로 되면서 꽃이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나무 아래 지천으로 피어난 구절초 물결은 마치 무너져 내리는 눈사태를 방불케 한다. 옥정호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물반 고기반'으로 알려진 이곳에 한때 배스 등 외래어종이 많아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옥정호지만 그 이면에는 한이 서려 있다. 수몰민의 눈물을 딛고 피어난 아름다움이라 할까.

 

옥정호는 당초 섬진강댐을 만들면서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다. 임실군 운암면과 강진면, 정읍 산외면에 걸쳐 있으며 운암저수지, 갈담저수지, 섬진저수지로도 불린다. 이 호수의 탄생은 1920년대 말 축조된 운암제에서 비롯된다. 동진강 유역 평야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1925년 설립된 동진수리조합은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 곡선형 콘크리트 중력식댐(구댐)을 건립, 1927년 완공했다. 이후 일제가 미곡 증산과 군수물자 생산에 필요한 동력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1940년 운암댐 하류 2.4㎞지점에 새로운 댐 건설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공사는 1944년과 1948년 재착공되었다 멈추게 된다. 그리고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의해 1965년 비로소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으로 준공되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몰민은 2780여 가구 1만9800여명에 이른다.

 

이러한 사연을 간직한 옥정호 물은 임실과 정읍 김제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세 자치단체가 물 이용 부담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원만히 해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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