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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사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전주에바다농아교회 이진수 목사와 부인 유진희씨

이진수씨(40)는 만능이다. 전주에바다농아교회 목사고, 교회를 방문하는 교우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운전기사다. 그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친구고, 교회에 크고 작은 어려움의 해결사다.

 

유진희씨(36)는 그의 입과 귀를 대신하는 만능이다. 그가 몸짓언어로 건네면, 일반인에게는 나긋나긋한 말로, 농아인에게는 수화로 전달한다.

 

이들은 전주에바다농아교회를 이끄는 부부다. 예전엔 호기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지만, 현재는 농아인들과 교인들이 위주. 이곳 저곳에서 알게 된 지인들도 한 달에 한 번씩 예배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는다.

 

이씨는 농아인들만을 위한 교회를 꾸린 것은 1971년. 당시 농아인들은 집에만 갇혀 있었다. 가족들이 말을 못하는 게 창피하다고 여겨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해서 수화는 물론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남부시장 인근에 작은 공간을 얻어 교회 구색은 갖췄지만, 주인이 전세비를 자꾸 올리는 바람에 결국 이사하게 됐다. 20여년간 총 7번을 옮기는 이사 전쟁을 치렀다.

 

수화로만 찬양하지만, 박자를 맞추기 위해 '둥둥'북을 울리는 일은 필수. 가뜩이나 농아인교회라고 하면 달가워하지 않았던 시절,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쫓겨날까봐 가슴이 '콩닥콩닥'한 적도 많았다.

 

이젠 기계로 찬양곡을 영상으로 띄워 보도록 하기 때문에, 그런 조바심은 붙들어 매도 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조립식 교회 건물은 농아인들이 7∼8개월간 손수 만든 작품이다. 전주 동부교회 도움으로 땅을 매입할 수 있었다. 지원은 받았더라도 돈이 없는 상황에서 지어졌으니, 빚이 남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써금털털'한 중고 트럭을 한대 구입해 시내 곳곳을 다니며, 폐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너도 나도 폐지나 종이를 모으지만, 폐지 파는 게 괜찮은 수입이라는 걸 알았던 이들은 드물었다.

 

'요즘엔 폐지 모으기가 어찌나 힘든지 몰라요. 심지어 트럭에 보관해 놓으면, 눈 깜짝할 사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겨요.'

 

기계·조립공장에 다니는 농아인들이 퇴근 후 트럭을 몰고 매일 시내를 돌아다니는 공을 들인 결과 15년만에 빚을 깔끔하게 청산할 수 있었다. 스스로도 '하늘이 도왔다'고 할 정도로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

 

유아 선교원을 운영한 적도 있으나, 시설이 노후화된 데다 먼곳까지 보내지 않으려는 학부모들로 인해 선교원을 닫고, 현재는 교회만 운영하고 있다. 제2의 IMF로 후원자도 갈수록 줄어 형편이 어렵지만, 말을 하지 못해 힘들었던 자신의 결핍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됐다며 오히려 감사할 줄 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며 행복에 젖어사는 뒷심 두둑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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