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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전주기린초 6학년 1반의 크리스마스 파티

34명 어린이들 서로의 산타가 된 성탄절, 잊지 못할 추억

구세군의 종소리가 자선냄비에 십시일반 온정의 손길을 모으는 연말이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얼굴 없는 천사가 현금 2000만원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린다. 경기침체 속에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이런 훈훈한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한결 따뜻하다.

 

성탄절을 앞두고 자신의 끼와 재능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을 만나봤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22일 전주기린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산타 모자를 쓴 34명 어린이들이 친구들에게 서로 산타가 돼주었다. 리코더와 하모니카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하고, 오카리나의 아름다운 선율과 멜로디언 연주, 베토벤 바이러스의 가악합주, 노래 'Nobody'에 맞춰 춤을 추는 5인조 및 가수 '비'의 춤을 멋지게 추는 어린이까지 그야말로 교실 가득 성탄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담임 선생님인 양명순씨가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 "학교 밖에는 다양한 문화체험이 많이 있지만 아이들은 항상 그를 감상하는데 그치고 만다"며 "이제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중학생이 되는데 그들 스스로 문화의 주체가 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행사를 준비하며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얻은 자신감과 배려심이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코더 연주를 한 백종태군은 "졸업을 앞두고 6학년을 마무리하며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초등시절을 즐겁게 맺고 싶었단다. "친구들 앞인데도 쑥스럽고 떨려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지금까지 선물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부터는 다른 친구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고.

 

1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선생님께 꾸중을 자주 들었는데, 6학년 때는 오히려 칭찬을 많이 들었다는 박승기(남) 어린이는 "연습하는 동안 서로 끌어주고 양보하며 친구들과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슈퍼맨 노래를 부른 김윤근군은 "처음에 7명이 조를 이루어 깃발 춤을 추려고 했는데 한 명이 빠져 나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며 "파트너가 쑥스러운지 자꾸 입을 가리고 노래를 불러서 약간 속상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용기를 내어 춤까지 췄다"고 최선을 다한 자신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친구들과 노래 'Nobody'에 맞춰 춤을 춘 박진이양은 학교 끝나고 1시간 30분 정도씩 일주일을 연습을 했고,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주말엔 친구들과 함께 집에 모여서까지 연습을 했다. 노력한 만큼 안무를 잘 하지 못했지만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정양은 "작년까지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끼리 외식하고 선물도 받았는데,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올 크리스마스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고, 이런 힘으로 중학교에 가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우리가 잘못하면 꾸중도 창의적으로 해요.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꿔서 꾸짖으시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요"라고 말하는 서원희양. 담임선생님이 항상 엄마의 입장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기 때문에 참 좋았단다.

 

이들은 20년 후 2월4일에 전주기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성인으로 성장한 그때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 어려운 곳에 따뜻함을 나누어주는 산타가 되어 있기를 소망했다고 입모아 말했다. 지금까지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기쁘게 받아왔던 마음처럼 말이다.

 

/박예분(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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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분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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