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부녀자 7명을 잔인하게 죽인 연쇄 살인범 강호순(38) 사건이 연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적 폭발력이 큰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을 웃돌 지경이다. 경제 위기 등으로 코너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과 이 사건의 지휘 책임이 있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도와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진술이 눈길을 끈다. 아들에 대한 애정표현이 그것이다. 범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출판해서 아들이 인세라도 받게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현장검증에 앞서 기자들과 가진 문답에서 자신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범인이 자기 자식들에게'연쇄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게될 것을 걱정했다고 경찰은 전한다. 그리고 장모집 화재의 방화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아들의 생계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를 두고 애틋한 부정(父情)으로만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강호순의 형 마저도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자기 자식만 중요하냐, 그렇게 애기하면 안되죠"라고 흐느꼈다는 것이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경찰은'제2의 강호순을 막자'는 취지에서'유전자은행법'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유전자를 따로 모아 관리하면서 강력사건을 수사할 때 대조군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독일 나치스 친위대 장교였던 아이히만(Karl Adolf Eichmann)은 반면교사가 아닐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 600만 명의 씨를 말리려 했던 아이히만은 독일이 항복한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가 15년간 숨어 살았다. 결국 이스라엘 특수부대에 납치돼, 재판을 받고 사형당했다. 그런 그도 한 가정의 좋은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두 얼굴의 살인기계(?)도 겉으로 보기엔 너무 평범했다.
우리 속담에 "범도 새끼 둔 골을 둔남둔다"고 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한다"는 말도 같은 뜻이다.
어찌보면 악인은 선천적인 게 아니라 사회의 산물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가 두 얼굴을 가진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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