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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치킨게임 - 백성일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말이 있다.1955년에 제작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 치킨게임의 장면이 나온다.제임스 딘이 주연한 이 영화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방황을 그린 명작으로 꼽힌다.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던 짐과 버즈가 벌이는 치킨게임은 당시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한 놀이였다.둘이 자기 차를 몰고 누가 더 절벽 가까이 가느냐,또는 마주 보고 차를 몰아 누가 끝까지 핸들을 꺾지 않느냐로 배짱을 겨뤘다.

 

이기려면 절대로 핸들을 꺾지 말고 브레이크도 밟지 말고 무조건 달려야 한다.핸들을 꺾으면 게임에서 지는 것은 물론이요 겁쟁이(chicken)라는 낙인까지 찍힌다.그러나 두 사람 모두 버티다 보면 정면 충돌로 목숨을 잃게 된다.게임에서 모두 승자지만 목숨을 잃고 난 뒤에 얻는 소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겁쟁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밀어 붙인 나머지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내놓는 것이다.결국 최소한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극단적인 결과를 맞는다.

 

치킨게임은 게임 이론 중 하나로 50~70년대 미·소간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는데 원용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사용됐다.게임이론의 시초는 수학자 폰 노이만과 경제학자 모르겐 슈테른으로 그의 이론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적 의사 결정에 활용되면서 발전했다가 최근에는 경제와 정치 현상을 이해하는 이론으로 각광 받고 있다.북한이 핵무기를 둘러싸고 미국과 벼랑끝 전술을 구가하는 것도 이같은 게임 논리다.기업들이 무모한 출혈경쟁을 벌일때도 이 이론을 인용한다.

 

4.29 전주 덕진 재선거 민주당 공천을 놓고 정세균대표와 정동영 전장관이 자칫 둘다 죽을 수 있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정대표는 정장관의 공천 배제에 대해 "정 전 장관을 공천하면 정세균도 죽고 민주당도 죽지만 ,공천하지 않으면 정세균은 죽을지 모르지만 민주당은 산다"고 했다.정 전장관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불교 경전을 인용하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정 전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정면으로 부딪친다.지금 공은 정 전장관 쪽으로 넘어왔다.민주당 잘못에 대해 전주시민이 또 문제를 풀어야 하니 이래저래 유권자들만 헷갈릴 뿐이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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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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