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수(부안댐 수도관리단장)
지난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국경을 초월하는 물'이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일 정도로 물 문제는 인류가 공동으로 당면한 심각한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겨울 가뭄으로 인한 식수 부족 현상이 심각한 국면을 띠고 있다.
최근 물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정말 '물부족 국가'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부족한 상황이며 우리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 것일까?
그런데 물 부족을 좌우하는 물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정의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물 부족을 객관적으로 정의하는것이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물 부족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개량화된 수치를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인구에 대한 수자원 양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는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서 인정하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제시한 평가방법으로,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로 평가받게 된 근원이 여기에 있다. 1인당 연간 물 사용가능량이 1000톤 이하이면 물기근국가, 1700톤 이하이면 물부족국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1512톤으로 폴란드, 인도, 방글라데시 등과 함께 물부족 국가로 나와 있다.
두 번째는 물사용 강도에 의해 평가하는 방법이다. 즉, 쓸수 있는 수자원과 이미 끌어다 쓰고 있는 물의 양의 비율로 물 부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물이용에 따른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도 이용되고 있는데, UNCSD의 보고서에 따르면 취수율이 10% 미만일 경우, 하천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있으나 40% 이상인 경우에는 환경악화가 우려된다.
우리나라 하천 유출량에서 이용하는 생활, 공업 및 농업용수의 공급을 위한 하천수 취수율은 36%로 OECD 국가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물 이용률 또한 높고 많은 물 사용에 따른 수질관리의 어려움도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태이다. 일부 중소하천 유역에 대해서는 이미 UN이 제시한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수준(40%)을 초과한 상태여서 많은 관리가 요구된다.
세 번째는 물수지 분석에 의한 평가 방법이다. 즉, 물수요량과 공급 능력을 비교하여 물부족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는 대개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같은 수자원 관련계획 수립을 위한 평가의 근거로 활용된다. 이 평가방법으로도 우리나라는 이미 물부족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부족량은 2020년에 이르러 9억2500만㎥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물빈곤지수(Water Poverty Index, WPI)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WPI는 국가의 복지 수준과 물 이용 가용성의 관련성을 나타낼 수 있는 통합적인 수치를 만들어내고, 물부족이 인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에서 개발한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수자원 양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관리능력 등이 높은 탓에 물빈곤지수가 147개국 중 43위 수준이다. 이는 전체를 5단계로 분류할 때 상위 4단계에 속하는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물 부족에 대비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가뭄에 이용할 수 있는 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확보해도 30년에 1회 발생하는 더 심각한 가뭄에 대해서는 불가항력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적정한 물의 확보와 함께 이상 기후에 의해 발생되는 물 부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물 절약 의식을 확립할 시기이며, 환경에 부담을 가장 적게 주면서 부족한 물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는 4대강 살리기, 중·소규모의 환경 친화적 댐 건설, 광역·지방 상수도 급수계통조정, 농업용댐 재개발, 지하수 이용, 강변여과수 개발등이 포함된다.
치수(治水)가 국가경영의 기본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생활속에서 실감하게 된다면 이미 때는 늦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지금이 범국가적인 자세로 물부족 문제에 대처해야할 시기인 것이다.
/고양수(부안댐 수도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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