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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연등(燃燈) - 조상진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일이다. 부처님이 이 나라 왕의 공양초청을 받아 궁중에 들어가 설법을 하였다. 왕은 어두울 무렵, 설법이 끝나자 백성들을 동원해 기원정사까지 가는 길을 밝히도록 했다. 만등불사를 일으킨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등과 기름을 사가지고 불을 밝히려 줄을 지었다.

 

이때 난타(難陀)라는 늙고 가난한 노파가 이 광경을 보고 자신도 동참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 노파는 돈이 없어 구걸을 해서 (또는 머리를 깎아 팔아서) 1전을 마련했다. 이 돈을 들고 기름집으로 달려가 기름을 달라고 했다. 그녀를 가엾이 여긴 기름집 주인은 조그만 새 등을 주어 부처님께 바치도록 했다.

 

이 등은 먼동이 트고 다른 등불들이 꺼진 뒤에도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부처님은 난타의 정성을 칭찬하며 제자(비구니)로 삼았다. 현우경(賢愚經) 빈녀난타품에 나오는 일화다. 소위 빈자일등(貧者一燈)으로, 부자가 내놓은 백개의 등보다 가난한 이의 작은 정성이 뜻깊다는 의미다.

 

'불을 밝힌다'는 연등(燃燈)은 '가난한 여인의 등불'일화로 보아 인도에선 부처님 당시부터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경문왕때인 866년, 왕이 황룡사에 행차해 연등을 간등(看燈)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때 연등회는 팔관회와 함께 국가의 2대 명절이었으며 조선시대는 민간에서 민속행사로 전승되었다.

 

연등을 하는 것은 번뇌와 무지로 가득찬 어두운 세계(無明)를 밝게 비춰주는 부처님의 공덕을 칭송하고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고자 함이다.

 

5월 2일은 불기(佛紀) 2553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 날을 즈음해 전국 사찰과 불자들 집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밝혀진다. 이에 앞서 점등식을 갖고 연등축제 등 각종행사가 열린다. 올해 연등행사의 주제는 '나누는 기쁨, 함께하는 세상'이라고 한다. 불우이웃을 위한 행사를 중점적으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조계종 종정인 법전(法傳)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 법어를 통해 "버리고 비우면 그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탐하고 얽매이면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고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무명속에서 걸림없는 지혜를 얻는 이는 곳곳에서 살아있는 부처를 만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처님 오신 날이 나와 내 가족의 행복뿐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는 날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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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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