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영화 표방.프로그램 만족...정체성 이어나가길 바라
지난 10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에게 낯설기만 했던 '자유 독립 소통'을 외치며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자유 독립 소통'이 얼마나 소중하고 희망적인 단어인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8일 10회를 맞은 흥겨운 축제가 막을 내리면 전주영화제는 다시 출발점에 서게 된다. '2009 전주국제영화제', 그 뜨거운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을 통해 전주영화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물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선가 영화란 테두리 안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은 대체로 전주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전주영화제가 지금의 정체성을 이어나가길 바란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주영화제는 디지털영화를 표방하며 앞서가는 영화제입니다. 기존 상영영화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외국의 실험영화를 가장 많이 소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정재형 한국영화학회 회장(48)은 "실험정신이라는 기본을 더욱 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괴물> 과 <아라한 장풍 대작전>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의 조연출을 맡았던 이원희 조감독(34)은 "전주영화제가 10년 전 '디지털'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등장했지만 지금은 디지털이 전혀 새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 다양하고 더 독립적이며, 차이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발굴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며 전주영화제가 더 분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내> 아라한> 괴물>
그러나 이 조감독은 "상영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이드에 나오는 줄거리 중에서도 실제 영화를 보고 썼을까 싶은 내용도 적지않다"며 "같은 섹션 안에서도 '이 영화가 어떻게 포함됐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영화의 카테고리 구분이 모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 등을 만든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의 유진희 팀장(33)도 "영화제 가이드만 봐서는 일반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영화 배급 관계자나 영화 게스트만 볼 수 있는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은 퀄리티가 일정 수준 보장이 되지만, 일반 관객들은 작품 선택에 있어 실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찌마와> 죽거나>
유팀장은 전주영화제에 대해 "소박하지만 전주라는 도시와 잘 어우러진 짜임새 있는 영화제"라면서도 "대중적인 볼거리와 스타 방문이 적어 전체적으로 활기차지 못하다"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국제경쟁 심사위원인 리처드 포튼(54)은 "전주영화제는 회고전, 특별전 등으로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특색 있는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관객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영화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스크린을 더 확보해 좀더 많은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와 사진을 전공한 제프 로저스(28)와 미셸 리(28)는 전주영화제의 가장 큰 미덕으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은 "전주영화제가 앞으로 더 유명해 지겠지만, 지금처럼 단순하게 영화가 중심인 영화제로 남길 바란다"며 "전주가 다른 영화제를 흉내내거나 주류를 따라가기 보다는 정체성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 영화 잡지 '씨네아스트(CINEASTE)' 편집자 신시아 루시아는 "이번 특별전에 상영된 스리랑카 영화는 보기 힘든 영화여서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영화제가 전체적으로 잘 조직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독립영화 <쇼킹 패밀리> 를 만든 경순 감독(45)도 "스페인이나 폴란드, 스리랑카의 낯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전주영화제가 영화 관계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소개해 준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쇼킹>
이병노 전북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51)은 "20편이 넘는 영화를 봤는데, 프로그램 수준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3년째 전주영화제를 찾고 있는 영화평론가 정지욱 일본 ReWORKS 출판사 취재팀장(42)은 "관객과 영화인들이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인 GV가 잦은 변동 탓에 관객들의 참여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영화제 지속 자체가 불안했지만 10회를 맞는 동안 규모도 커지고 확실히 자리매김도 이뤄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영화제와 차별성을 두고 젊은 영화들을 많이 확보했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매년 전주영화제를 찾고있는 이송희일 감독(37)은 "전주영화제 10년의 역사를 가까이에서 바라봤다고 할 수 있다"며 "부산영화제가 한 해를 마감한다면 전주영화제는 한 해를 여는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주영화제만의 색깔이 농밀해질 때가 된 것 같다"며 "앞으로 더욱 맛있는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삼인삼색 2009> 에 출연한 배우 문성근씨는 "영화인으로서 특색있는 영화제가 관객과 소통해 나가는 모습이 반갑다"며 전주영화제 10년을 축하했다.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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