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이 더해 가는 5월 느티나무 빛깔은 아름답다.예전에는 마을 어귀에 있는 아름드리 정자나무가 마을 수호신처럼 모셔졌다.정겨움의 상징이었던 정자나무가 새마을사업하면서 많이 잘려 나갔다.오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줬던 정자나무는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시원함을 더해줬다.맘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었다.땡볕 내려 쬐이는 날에 정자나무 밑으로 가면 그늘이 생겨 더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정자나무 밑에서 점심 먹고난 후에 잠깐 붙힌 새우잠은 꿀맛 그 이상이었다.
여름날의 느티나무는 그늘도 되고 비올 때는 우산도 되었다.놀이기구가 없던 옛적에는 아이들이 깔깔대며 맨땅에서 공기놀이 했던 곳이었다.어른들은 멍석 깔고 백중날 같은 때 윷놀이를 즐겼다.마치 시골장터 같았다.지금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었다.불과 몇 십년전의 시골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설령 느티나무가 있어도 예전 모습은 아니다.그만큼 바깥 세상이 변했다.편리함 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시골 인심과 풍경까지도 바꿔 놓았다.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는 고시조 한구절이 떠오른다.
우리 삶의 모습을 산업화가 바꿔 놓았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불과 한 두세대전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눈 앞에서 사라져가 안타깝다.인정어린 낭만도 따라서 없어졌다.지난날에는 공동체의 삶을 중시했다.자연히 농업이 주가 돼다 보니까 돕고 사는 두레 문화가 싹틀 수 밖에 없었다.지금은 어떤가.순후했던 인심마저도 메말라 간다.사막처럼 마냥 황폐해졌다.불신의 골만 깊게 패이고 있다.나와 우리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만 팽배해졌다.경로효친사상도 함께 무너졌다.선거가 편가르기 양상으로 치닫아 지방자치도 역기능 쪽으로 잘못 가고 있다.돈 되는 쪽으로만 모두가 줄서기 때문이다.
지역에 세칭 유지라는 사람들이 너무 잇속에 빠져 있다.원로는 그 사회의 어른이다.정자나무와 같은 존재다.지금 전북은 약간 혼란스럽다.20년간 지속된 민주당 일당 체제가 정동영 신건 무소속 연대로 무너질 위기다.지역에 갈등이 생길때마다 원만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원로가 없다.한 여름에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을 가져다 주는 쉼터 같은 원로는 없을까.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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