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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빨리 빨리 - 장세균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개발 협력기구(OECD)의 주요 회원국 17개국의 평균 식사시간과 작년 국내총생산 (GDP)성장률만을 비교해 볼 때 밥을 빨리 먹는 나라들이 국내 총생산량이 더 많았다는 재미있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 사람들의 조급성은 "빨리 빨리"라는 단어로 요약되면서 "빨리 빨리"라는 단어는 198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시아 관광지 현주민들이 꼭 알아야할 필수 단어였다. 어찌되었건 "빨리 빨리"라는 단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어로 자리 매김한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흔히 궁금해 하는 것이 한국말에는 "빨리 빨리"와 비슷한 단어가 왜 그렇게 많은가라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급(急)히" "속(速)히" "얼른" "어서" "서둘러"등이다.

 

원래 우리민족이 농사를 주로 지었던 농경시절에는 그렇게 조급하지 않았다. 농사(農事)라는 것이 조급히 서둘러서 되는 것도 아니고 기후와 천시(天時)에 맞추어서 논갈이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일 합방 후(韓日 合邦後), 일본 총독부가 한국민족 성격을 규정하길 조선인은 끈질기고 인내심이 많으며 부지런하고 영악하다고 까지 했다. 이런 민족성이 조급해진 것은 우리사회의 정치 사회현상과 관련되어 진다.

 

해방 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피난을 가야하는 절박한 상황은 사람들을 빨리 빨리 움직이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강다리를 건너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때였다. 오직 빠른 동작만이 자기 생명을 보장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절박한 경험들이 우리 DNA 속에 입력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런 조급성이 1960년대, 박정희의 개발 독재시대 산업화를 앞당기는 긍정적 요인이 되기도 했다. 불과 40여년 만에 산업화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뜬히 잡게 한것이 아닌가 .

 

그러나 이제 빨리 빨리만 가지고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음 하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 음식이 서양처럼 맨 처음 수프가 나온 다음 야채가 나오고 그리고 스테이크가 나오는식이 아니라 밥상에 한꺼번에 모든 음식이 동시에 나오는 공간전개형(空間展開型)이다 보니 조급성을 낳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제 멀리 내다보는 느긋함도 있어야겠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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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균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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