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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가맥집 세무조사 - 조상진

전주의 서민층이 가장 많이 찾은 술집은 어디일까. 아마 막걸리집과'가맥’이 아닐까 싶다. 방석 깔고 앉아 마시는 이름난 한정식집이나 술보다 여자에 빠지는 룸살롱, 최근 부쩍 늘어난 와인 바 등에 비해 서민들이 부담없이 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둘 가운데서도 막걸리 집이야 웰빙 바람을 타고 전국에 퍼져 있지만 가맥은 전주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맥은'가게 맥주’를 줄인 말이다. 동네 슈퍼마켓에 앉아 맥주와 안주를 저렴하게 즐기는 것이다.

 

한 20년 전부터 호주머니가 얇은 직장인들이 일과가 끝난후 인근 슈퍼에 하나 둘 모여 들어 값싼 맥주를 마시면서 시작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대개 상호 밑에'가맥’또는'휴게실’이라는 간판이 붙은 곳으로, 얼추 300여 곳에 이른다. 혹자는 막걸리집이나 가맥이 성행하는 것을 두고 전주 시민들의 궁핍한 주머니 사정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글쎄다.

 

어쨌든 가맥이 인기를 끄는데, 그 비결은 뭘까. 대충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직장이나 아파트 근처에 있어 아무 때나 쉽게 들를 수 있다. 티셔츠나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 등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다.

 

둘째는 저렴하다는 점이다. 맥주 1병에 2000 원이요, 나긋나긋하게 두들긴 갑오징어나 노가리, 북어 등 안주가 비교적 싼 편이다. 여기에 두툼한 계란말이는 저녁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다.

 

셋째는 독특한 양념소스다. 가맥집마다 특유의 양념소스를 내오는데 간장에 감초와 물엿 고추 등 여러 재료를 넣고 끓인 것이라 알려져 있다. 청양고추를 듬뿍 썰어 넣기도 하고 마요네즈를 얹어 주기도 한다. 마니아들은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맛에 중독돼 다시 찾곤 한다.

 

경원동이나 중화산동, 서신동 등 잘 나가는 가맥집은 하루 저녁에 수십박스를 거뜬히 소화시킨다.

 

가맥집이 너무 잘 나가다 보니 요즘 표적이 되었다. 유흥주점·일반음식점 등에서 세무서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자신들은 비싼 세금 내고 업소용 맥주를 파는데 가맥집에선 가정용 맥주를 판매, 탈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슈퍼로 등록해 놓고 음식을 조리해 파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서민들을 생각해,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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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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