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국민건강보험공단 전주북부지사장)
"미국의 의료비는 '살인적이며’ 의료보험료는 '충격적’이다. 미국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국은 건강보험 때문에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외치고 싶다"고 쓴 해외특파원의 칼럼을 읽어본 적이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돈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매년 수만명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가정이 연간 8만가구나 된다고 하니 의료비가 살인적이란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듯 싶다. 또 한달에 1000달러 이상을 내야 괜찮은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하니 의료보험료는 충격적이란 말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공보험(건강보험)이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들 중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그리고 의료비지출 비중도 타국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OECD국가들이 GDP(국내총생산량) 대비 평균 10%를 의료비로 지출하는 반면 미국은 무려 15.6%라는 높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민영의료보험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의료비가 비싼 것이다. 민영의료보험은 보험료도 비싸고, 설사 가입했다 하더라도 본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미국 국민의 15%인 4700만 명이 아무런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커다란 병에 걸리면 가계가 파산되거나 진료를 포기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 있다.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에 불과하지만 모든 국민이 의료보장을 받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인 사람이나 몸이 아프면 손쉽게 병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평가받고 있는 이런 훌륭한 제도가 있음에도 일부에서는 공보험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의 하나로 민영의료보험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주장이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의료시장이 민영의료보험에 맡겨질 경우 의료비 폭등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을 철저히 보호하고, 요즘같이 민영보험 상품이 넘칠 때, 국민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민영보험에 대한 상품 표준화, 가입차별금지, 지급률 하한선 규제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위해 치료, 예방, 건강검진, 건강증진, 만성질환자 사례관리, 의료이용 상담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작년 7월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여 치매 ? 중풍 등으로 고통 받는 노인과 가족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OECD 국가들의 의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6.4%를 쓰고 있지만, 건강수준은 OECD 국가 중 3위, 보건의료체계 성과는 5위에 올라있다. 건강보험제도의 우수성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4%수준으로 OECD국가 대부분이 80%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국가 수준으로 높여 국민의 의료부담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가(공단)와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여 큰 병이 나도 걱정이 없는 나라, 건강보험 하나만으로도 국민의 평생 건강을 지키는 세계 최고의 건강보장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해 본다.
/김정균(국민건강보험공단 전주북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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