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년 낙성대경제연구소장
"역사를 통계로 접근하는 일은 엄청난 작업입니다. 체계적인 통계자료를 만들어 역사연구의 인프라를 놓아야 합니다."
1987년 설립된 낙성대경제연구소는 각종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인 경제사 연구로 주목받았다.
올해 이 연구소장에 취임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통계자료 축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낙성대경제연구소 주최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GDP의 장기추이와 국제비교'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GDP(국내총생산) 개념은 2차대전 이후에 나왔지만 그는 일제시대의 산업별 생산통계 등 여러 자료를 현재의 기준에 맞추고 공백 부분은 합리적으로 가정하는 추계(推計) 방식을 통해 지난 100년간의 GDP 추이를 그려냈다.
분단 이전의 각종 통계는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해방 후의 남한과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GDP를 남북으로 분할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GDP 개념이 나오기 전 시대까지 소급해 1911년까지 추계를 했다"면서 "지금까지는 체계적인 통계가 없었는데 비로소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고 현재까지의 추이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를 정비하는 작업은 식민지시기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에는 문집, 일기, 족보, 각종 개별 문서 같은 미시적인 자료에서 땅값, 집값, 노비가 거래된 가격 등의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수량적 정보를 복원하는 중이다.
그는 "일본에서는 1960-70년대 나온 역사통계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1980-90년대 연구붐이 일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역사연구의 통계인프라를 놓아야 한다. 해방 이후 고도성장기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연원이나 뿌리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지난 2001년부터 20여명의 연구자들과 함께해온 장기경제통계 구축 작업은 지난 2006년 '한국의 경제성장 1910-1945'(서울대출판부)라는 성과물로 나왔으며 지난해 일본에서도 번역 출간돼 국제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았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각종 재화 가격과 토지, 임금, 이자율 등 장기경제통계자료를 수집, 정비, 추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념적 논쟁은 생산적이지 않으며 팩트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팩트가 있으면 이를 여러 사람이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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