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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국무총리 - 조상진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예전 관선 때는 시장·군수로 발령이 나면 그 지역 유지들을 찾아 뵙는 게 관례였다. 지역의 큰 어른이나 유지들에게 앞으로 "잘 좀 봐달라"고 신고 겸 협조를 부탁하러 가는 것이다.

 

당시 초임 고창군수를 따라 공음면 진의종 전 총리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뜨거운 여름, 해질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진 총리는 농장에 딸린 집 마당의 대나무 평상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얼굴에 이미 술 기운이 올라 불그스름한 게 석양빛과 잘 어울렸다. 덕담 몇마디가 오가는 것을 보고 농장 구경을 하기 위해 나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총리를 지낸 분이 참 소탈하구나"하는 거였다.

 

그곳이 지금 경관농업을 하는 학원농장이다. 아들 진영호씨가 귀향해 청보리밭축제를 열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전북출신 총리 두 분을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황인성 총리와 고건 총리다. 황 총리는 김영삼정부 첫 총리로'주부 총리론'을 펴며 조용히 국정을 챙겼다. 고 총리는 김영삼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각각 총리를 지냈다. 김종필 총리와 함께 두번 총리를 지낸 '유(唯)2'한 분이나 실세는 아니었다.

 

그리고 사석에서 이해찬 총리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총리는 분권형 총리답게 명쾌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리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며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 총리는 39명이다. 이번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40번째다.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 4개월로 짧은 편이다.

 

이 가운데 전북출신은 5명이다. 호남권 총리 5명이 모두 전북에서 나왔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김상협 총리가 전북출신으론 첫 총리였다. 김 총리는"막힌 것은 뚫고 굽은 것은 펴겠다"고 의욕을 보였으나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이어 진의종- 황인성- 고건- 한덕수로 이어졌다. 한 총리는 한때 서울 출신으로 행세해 전북과는 소원한 감이 없지 않았다.

 

흔히 총리를 '1인지하 만인지상'이라 표현한다. 비상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해임건의권을 갖는다. 하지만 책임만 있을 뿐 실제 권한은 별로 없는 게 대통령제하의 총리다. 청문회에서 많은 흠이 드러난 정 내정자의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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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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