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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있는 주말] ③드레스와 다이어트

"이쁜 드레스 입고 내일 시집가요"

육즙이 적절하게 배어나오는 안심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오늘도 난 저녁을 굶었다. 육류 위주의 식단을 즐기던 내가 정말이지 스테이크를 꼭꼭도 씹어먹던 그들의 입만 쳐다보고 있기란 고문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은 몸무게가 500g은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마저 상쾌했다.

 

드레스와 다이어트. 사실 난 결혼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웨딩촬영을 몇 달 앞둔 어느 날 한 남자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다이어트 해야겠네."

 

"저 안할 건데요?"

 

"정말? 그래도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인데, 드레스 입으려면 해야하지 않아?"

 

"그런가…."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살이 빠질라 치면 기름진 음식을 억지로 사먹이곤 하던 친한 여자선배 역시 "야. 너 결혼식 때 신랑이 더 이쁘다는 소리 듣고 싶어? 무조건 빼!"라고 다그치지 시작했다.

 

그 쯤 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결국 웨딩촬영을 한달 정도 앞두고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약 구입. 남아시아에 서식하는 과일 껍질 추출물이 체지방과 복부 피하 지방을 감소시키고 음식으로 섭취된 탄수화물의 지방 전환을 억제해 준다는 '○○○'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했다. 그러고는 평소 내 몸에 꼭 맞는 운동이라고 믿고 있던 벨리댄스 학원의 수강증을 끊었다. 1주일에 2번 한시간씩 몸을 흔들어 대며 하루 두차례 두알씩 홈쇼핑에서 구입한 약도 빼먹지 않았다. 물론, 아침은 굶고 점심은 폭식하고 저녁은 소식하며 평소보다 음식도 줄였다.

 

근육 0%, 팔을 흔들때마다 따라서 덜렁거리던 살들이 뼈 쪽으로 조금씩 달라붙기 시작하더니 이효리까지는 아니어도 벨리댄스로 허리 라인도 생기는 것 같았다. 덕분에 웨딩촬영 날에는 살 속에 묻혀있던 쇄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 웨딩촬영을 하는 날에는 사진작가는 물론, 스튜디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여기 보세요." "아이고, 이쁘다." "웃어요."를 외치는 바람에 마치 돌사진을 찍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웨딩촬영이 끝난 후에는 대학원 졸업시험이다, 추석특집 야근이다, 이런 저런 핑계로 운동도 끊고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 나갔던 살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할 무렵, 몸무게가 최저점을 찍었을 때 결혼식에서 입겠다고 고른 등이 '확' 파인 웨딩드레스가 떠올랐다. 헉. 얼굴은 '청순'이지만, 몸매가 '가련'이 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청순가련'이 안된다고 말해오던 나. 결혼식을 3일 앞두고서 다시 '급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이제 나는 '아줌마'가 된다. '푹 퍼진 아줌마'가 될 지 '미스(Miss)를 능가하는 미시즈(Mrs.)'가 될 지는 사실 결혼을 해봐야 알 것 같다. 스커트보다 바지 입는 날이 많아지고, 어느날 아가씨들이 부러워 보이더라도, 아줌마는 아줌마대로 소소한 행복과 가치들을 삶 속에서 일궈나갈 수 있지 않을까.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도 있고, '결혼은 미친 짓이야'라고 외치는 노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그러지 않았는가.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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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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